[팩트체크] 우파 포퓰리즘, 국내에서도 시동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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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책연구보고서 검증⑤
<포퓰리즘 정치현상, 무엇이 문제이고 입법적 제어 방안은 무엇인가?>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69개 '연구단체'가 활동중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활동'을 벌였다. 그 '연구활동'의 핵심 결과물이 바로 '정책연구보고서'다. 하지만 '정책연구보고서' 전량인 111개를 노컷뉴스가 국회로부터 어렵게 확보해 분석한 결과 엉터리 보고서가 많았다. 표절율이 50%가 넘는 보고서도 16건이나 됐다. 노컷뉴스는 그 가운데 5개 보고서를 샘플링해서 내용의 적정성 등을 검증해 봤다. [편집자주]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 은 지난해 12월 '포퓰리즘 정치현상, 무엇이 문제이고 입법적 제어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정책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포퓰리즘이 정치적으로 좌파, 혹은 우파 이념과 이념적 친화력이 있는 개념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성은 한국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대중 영합주의', '인기 영합주의'로도 불리는 포퓰리즘은 주로 '복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무상급식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며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편, 선별 복지 등의 복지 개념과 연결돼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의 복지정책에 대해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판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처럼 '포퓰리즘'은 이념적으로 진보진영과 더 '어울리는' 단어로 여겨졌고, 때문에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그래픽=임금진PD)

철저한 자민족중심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이탈리아 오성운동 등 극우이념을 기반으로 한 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유럽 내에서 '극우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스페인에서도 최근 극우정당 '복스'가 1970년대 군사독재 종식 이후 처음으로 주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들이 표를 얻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주는 사회당이 30년 이상 집권해온 사회당 텃밭이었다.

에스테반 산체스 모레노 마드리드 국립대 교수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덴세 대학(Complutense University) 에스테반 산체스 모레노(Esteban Sanchez Moreno) 교수(사회학)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에는 지금까지 난민이나 이민자 문제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정책을 내놓는 정당이 없었는데, 최근 주의회 선거를 통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처음으로 등장했다"며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임금진PD)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유럽 31개국 총선결과를 분석한 결과, 유럽인 4명 중 1명이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7%에 불과했던 수치와 비교하면 세 배 가량 급증한 셈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럽 내 11개 국가에서 포퓰리즘 정당의 대표가 정부 요직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띄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는 우파 포퓰리즘 출신의 정치인이 총리, 내무장관 자리에 올랐다. 반면 그리스에서는 좌파, 우파 등의 정치적 이념과는 관계 없이 포퓰리즘 정당이 번갈아가며 득세했다.

또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포퓰리즘 세력은 주로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복지 확대,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감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

이는 '포퓰리즘' 이라는 형태가 더이상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 이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포퓰리즘은 정치 이념이 아니라 좌절과 불안, 분노를 기반으로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한 칼럼에서 "지구촌을 휩쓰는 포퓰리즘은 시민의 분노를 자양분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도 저서 <레트로피아>를 통해 "포퓰리스트들이 성공하는 가장 큰 비결은 분노를 끊임없이 들끓고 불타오르도록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실 정치에서 포퓰리즘은 하나의 정체성이나 가치를 타겟 삼아, 나머지를 배척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하버드대학의 대니 로드릭 교수는 지난 2016년 발표한 '분노의 정치'라는 글에서 포퓰리즘 물결의 원인으로 '두가지 형태의 정치적 분열의 악화'를 꼽았다. 첫 번째로 민족성과 종교를 중심으로 한 정체성의 분열, 두 번째로 사회계급을 중심으로 한 소득분열이 그것이다. 그는 "포퓰리스트들은 이 두 범주 중 하나에서 자신의 지지를 얻어낼 거리를 끌어내며, 두 사례 모두 분노가 향하는 '타인'의 방향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외부인으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소수 인종과 여성을 외부인으로 간주한다. 강경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스페인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 '복스'는 난민과 이민자를 배척하기 위해 '부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공약했다.

장훈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팽창하기 시작하는 복지 예산을 비판할 때 사용되어 왔지만, 포퓰리즘은 사실 정부의 선심성 예산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다양한 증세를 동반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공격"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정치이념과 결합하든 포퓰리즘의 근본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주로 '좌파'와 '포퓰리즘'을 엮어 인식해왔던 우리나라의 경우 어떨까?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배병인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이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요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 저하와 경제 불평등"이라며 "다만 우리 나라의 경우 불과 2년 전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의 힘으로 부패정권을 몰아낸 경험이 있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이 낮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효능감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경우 과거의 '박정희 향수'와 같은 극우 포퓰리즘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시 더이상 '우파 포퓰리즘'의 청정지대가 아니라는 거다.

때문에 "관건은 정부가 계속해서 '촛불 정신'을 얼마나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숨겨진 적폐, 국회의원 '연구활동' 심층해부 기획페이지 바로 보기 [클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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