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직원 10%가 유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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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76%는 요통, 15%는 하지정맥류"
"우울증 앓고 있다는 응답 일반 노동자의3.5배"

면세점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일반근로자와 비교해 하지정맥류를 앓는 비율이 25.5배, 공황장애를 앓는 비율이 12배 높게 나타났다. 10명 중 한 명은 유산을 경험했다는 응답결과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고려대 보건학과 김승섭 교수팀은 17일 국회에서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있는 근무환경으로 족저근막염과 근골격계 통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에서 화장품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는 전모씨는 만성적인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메이크업 시 고객의 시선을 가리거나 눈을 직접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매장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전씨는 "매일 하이힐을 신고 일하는데다 시선도 가리지 말고, 구부정하게 있으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당연히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며 "하루 세 명만 메이크업을 해줘도 바로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요통을 앓은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은 76.6%에 달했다. 2014년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근로환경조사와 비교하면, 일반 여성 근로자들의 5.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은 임신 중에도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종일 서서 일하는 근무환경뿐 아니라 쉴 휴게공간조차 부족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혹은 백화점에서 노동을 시작한 이후 유산을 했다는 노동자는 전체 응답자 1404명 중 160명으로, 11.4%에 해당한다.

17년째 면세점에서 일하는 있는 최상미씨는 "아이를 낳고 출산하기 전까지 일하는 동안 의자에 앉아본 적이 없다. 다리가 뭉치고 배가 당겨도 계속 서있었다"며 "휴게실도 부족해 임신한 상태에서도 계단에 담요를 깔고 앉아서 쉬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벌써 15년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휴게실이 부족해 제대로 쉬지 못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실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58.1%에 달했다. '휴게실의 의자 수가 부족(65.7%)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면적이 좁아서(47.5%)','멀어서(26.3%)'가 뒤를 이었다.

고객에게 '갑질'을 당한 노동자도 많았다. 지난 12개월 동안 고객에게 업무상 불가능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82.5%에 달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응답자는 6.1%로, 같은 나이대의 일반 여성노동자보다 3.5배 높았다.

이날 증언대회에 나온 시세이도 노조 김수정 사무국장은 "겉보기에는 유니폼 입고 화장을 예쁘게 하고 건물 안에서 편하게 근무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의자비치와 휴게시설 등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담겨있음에도 정부의 무관심과 사업주의 무시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사회가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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