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는 배웠다, '판문점 선언문'은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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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할아버지 김일성은 3년 간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렀다. 승패 없는 전쟁은 한반도의 허리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서에서 동으로 250km의 길고 긴 철의 장막을 세웠고 이를 군사분계선이라 불렀다. 이때가 1953년 7월이었다.

그 후 65년의 길고 긴 세월이 지나 북한 최고통수권자가 된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 위원장이 27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으로 왔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 집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 이라는 글을 남겼다.

한국전쟁의 휴전을 체결한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자 24시간 긴장이 감도는 장소다. 이곳에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나 종전과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정착을 약속하는 세기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역사적 대전환이다. 냉전과 분단이라는 구시대의 이데올로기라는 유물을 걷어내고자 하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2차 세계대전으로 분단됐던 지구촌 국가 가운데 마지막 남은 분단국 한반도에도 드디어 평화의 신호탄이 올라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들어 낸 '판문점 선언문'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통해 이제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이라는 합의를 만들어내야 된다. 이 중대한 여정은 신뢰와 믿음 가운데 진전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는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디테일 속에 숨겨져 있을 악마'를 견뎌내야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지탱하고 흩트리지 않도록 단단한 뼈대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하고 있다.

 

남북의 두 정상이 역사적인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합의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것은 완결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평화와 비핵화에 이르렀다 해도 체제안전보장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남·북·미 상호 간의 정치적 결속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여정을 거쳐 마지막 종착지에 도달했을 때, 한반도는 종전과 평화와 비핵화라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된다.

사막의 성자 '샤를르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 신부는 이렇게 기도했다.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남과 북 모두 푸코 신부의 기도와 다르지 않다. 분단 내내 남북이 다투었지만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과 북은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세월 배웠다. 갈라져 살아왔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비록 떨어져 있기는 해도 가족처럼, 연인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다투면서도 배운 것이다.

'판문점 선언문'이 한반도 평화와 사랑의 불꽃이 되어야하는 이유다. 서로 감출 수 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 어루만지는 신방(新房)의 상징이 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남과 북은 어쩔 수 없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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