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포스코와 KT의 흑역사, 이제는 단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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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자료사진)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임기 2년을 남기고 18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퇴 배경 설명이다.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에게 자리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누적된 피로와 건강 악화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이라며 건강상의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만 해도 권 회장은 경영에 의욕적인 모습이었다.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포스코의 미래 50년'을 그리며 신성장 분야와 리튬사업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했다고 한다.

CEO 교체설이 나오자 "저희로선 정도 경영을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포스코가 계속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중도퇴진 발표가 석연치 않은 이유이다.

실적도 나쁘진 않았다.

2014년 취임한 후 7조원 가까운 누적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매출 60조원에 5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으로 2011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항간에서는 중도퇴진에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권 회장에 대해서는 처음 문재인 정부 들어서부터 교체설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권 회장에 대해 일부러 거리를 둔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권 회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으로 해외순방 갈 때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빠졌다.

특히 미국 순방 때는 미국과의 철강 분야 무역마찰이라는 현안이 있었는데도 배제됐다.

검찰 등 사정당국에서 포스코를 겨냥해 각종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포스코 측은 물론이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압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의 사퇴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회장이 모두 정권교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중도퇴진했다는 오명을 갖게 됐다.

민영화 당시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선고를 받고 한 달 만에 사퇴했다.

이어 이구택, 정준양 회장은 모두 연임했으나 검찰조사를 받고 각각 이명박,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 뒤에 물러났다.

모두 새 정부 출범 이후 갈등 -> 외압 -> 사퇴의 수순을 되풀이 한 것이다.

외압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구택 전 회장은 검찰 조사만 받았고, 정준양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흑역사는 포스코에 이어 지난 2002년 민영화된 KT에서도 판에 박은 듯이 재연됐다.

KT 역시 남중수, 이석채 등 전임 회장들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황창규 현 회장은 불법후원 혐의 등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포스코와 KT가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 기업의 최대 주주는 각각 10%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다.

그 외는 외국인 지분이 50% 내외에 이르고 나머지는 자사주나 소액주주 지분이다.

정부로서는 지분이 하나도 없는데도 뚜렷한 오너가 없는 이들 기업에 대해 연금공단 지분과 각종 규제 감독권을 앞세워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다.

이것은 엄연히 잘못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해서 선임되는 회장 자리에 주로 정권 창출에 기여한 정치인이나 친정부 성향 인사들을 논공행상식으로 앉힌다는 점이다.

그런만큼 이들은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임기와는 상관없이 중도퇴진 압력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의혹은 제기되고 있지만 외압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전 정부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의 잘못을 답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포스코와 KT의 흑역사를 단절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지분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로서 새로운 회장 선임절차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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