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청와대로 물어보세요"…통일부, 지금 괜찮은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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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정상회담준비를 위한 실무회담 대표단이 왜 7명에서 5명으로 줄었습니까?"
= 청와대에 확인해주세요

"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창선이 국무위원회 부장 직함을 달고 나왔는데 신설된 직책입니까?"
= 청와대로 확인해보세요

요즘 통일부 기자들은 대북정책 주무부처를 출입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몹시 민망합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통일부에서 의미있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거의 한마디도 없는 형편입니다.

주요 취재원인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지난 1월 9일 고위급회담 이후 기자들과의 접촉을 끊고 있습니다. 전화를 걸면 "당분간 개별 취재에 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는 똑같은 문자 메시지만 돌아옵니다.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사진=자료사진)
김여정 특사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하고 돌아갔지만 조명균 장관이나 천해성 차관으로부터 배경이나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상회담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통일부 당국자로부터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청와대에 물어보라"는 대답이 전부입니다. 사실상 '깜깜이' 상태입니다.

정상회담의 특성상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로서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북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명균 장관이 DJ정부나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들에 비하면 너무 대언론·대국회 접촉이 없다는 우려에 동의한다"며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라기 보다는 순수하게 장관의 스타일 탓으로 보이는데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북 전문가도 "정상회담이다 보니 청와대가 너무 강하게 컨트롤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현재 움직임에 맞춰서 통일부 나름대로 뒤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있다"며 "그런데 지금은 모른다고만 하고 있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게다가 외교안보 다른 부처에서도 통일부의 이같은 언론 기피 움직임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통일부 패싱'으로 읽혀질만한 사례들이 몇 건 불거지면서 통일부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남북정상회담 점검 차 판문점 방문한 준비위원회 위원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지난 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회담'에 참여한 5명의 대표단 중에 통일부 당국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성황리에 끝난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때도 통일부에서는 국장급 이상 간부는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예술단 평양 공연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밤낮없이 모든 준비를 도맡아해온 간부도 빠졌습니다. 과장급 4명만 실무 조력 차원에서 방북했습니다.

예술단 방북 공연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직접 관람했고,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전면에 나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 등과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통일부는 언론 보도로만 접해야 했을 것입니다.

저간의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통일부가 최근 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르게 되고, 급하게 일을 진행하는 청와대나 국정원 입장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이러다보니 통일부를 계속 배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을까요?

통일부도 나름대로 할 말은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9일 고위급회담 이후 한 신문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2016년 중국의 북한 음식점에서 탈출한 여종업원들을 먼저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를 토론하면서 북한 대표단이 회담 초반에 한 말이 그대로 지면에 실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내용이 어떻게 공개됐는지 논란이 일었습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차원의 보안 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선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초반부터 통일부는 오히려 얼어붙고 위축되기 시작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국정원의 보안조사가 실시된 적은 없다"며 "다만 당시 내부에서 보도 경위를 놓고 논란이 된 적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문제와 관련해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 청와대나 국정원이 아니라 주로 통일부만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의식도 통일부의 외부 접촉 기피에 한몫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통일부의 역할도 재조정돼야 한다는 통일부 신진 간부들의 내부 목소리도 들립니다.

한 당국자는 "통일부가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것은 맞지만 예전처럼 모든 걸 주도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본다"며 "문화교류는 문체부, 경제협력은 경제부처가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통일부는 뒤에서 열심히 도와주는 역할로 분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예술단 평양 공연 때 도종환 문체부 장관 중심으로 문체부가 부각되면서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았냐"고 반문하면서 "만일 그 자리에 조명균 장관이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김영철 통전부장과 손잡고 합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면 순수한 예술단 공연에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고 국내에서 역풍을 맞았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통일부를 떠나신 선배님들은 남북정상회담 실무회담 때 통일부가 한명도 포함 안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시지만 경호와 의전, 보도 실무회담의 특성상 이를 가장 알아는 청와대가 경호팀만 가서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또 이 분야는 국정원이 맡은 운영지원분과 사안이어서 국정원 차장이 수석대표를 맡은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통일부 패싱론 역시 오는 18일쯤 조명균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서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다시 열리면 불식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나름대로 경청할만한 견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주요 역할중의 하나를 계속 방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조직법은 통일부장관에 대해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통일부는 홈페이지에서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북한정세 분석, 통일교육·홍보,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현재의 남북관계 동향이나 북한 정세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언론을 통해, 아니면 직접적으로라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홍보해야할 의무도 있는 것입니다.

최근 조명균 장관은 국회 주최 토론회와 세계한언론인대회, 서울이코노믹포럼 등에 잇따라 참석해 최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과 비핵화 협상 전망 등을 언급하고 협조를 구하는 활동에 나섰습니다.

너무 몸을 사린다는 안팎의 비판에 떠밀린 느낌도 들지만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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