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닫힌 원전을 위한 열린 공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신고리 5, 6호기 조감도. (사진=자료사진)

 

일시 중단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를 영구 중단할지, 아니면 공사를 재개할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24일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이날 국무총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첫 번째 회의를 열고 오는 10월 중순까지 석 달 동안 이뤄질 공론화 작업의 주요 단계별 일정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공론화위원회의 성패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의 충족 여부에 달려있다.

첫째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운영과 관리를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느냐다. 둘째는 최종 결정권을 가진 양식 있는 시민배심원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셋째는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 도출 방식을 어떻게 만드느냐다.

이 세 가지 조건은 공론화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기본 토대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공론조사를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따라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전체 과정은 '공론조사'에 따른 '숙의 민주주의'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정에 긍정적으로 기능할 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된다.

위원회가 편향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공정성을 담보하는 '열린 공론'을 최고의 모토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 속에 원전 자체에 대한 각계의 입장까지 엇갈려 있는 만큼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찬반 의견의 대립이 격화될 경우에는 시민배심원단의 결론 도출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시작부터 결과를 미리 예단하고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흠집 내려는 시도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반대 진영에서는 공사를 중단한 뒤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미 수순이 정해진 요식절차라며 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원전 문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졸속 결정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신규 원전건설 전면중단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에 이어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공론화위원회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론화위원회가 모든 과정을 마치고 결론을 도출할 때까지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는 원전 관련 언급은 삼가야 한다.

육상 스포츠 가운데 걷는 경기인 '경보(競步)'가 있다. 그런데 경보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뛰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경보 선수는 뛰는 순간 실격이다.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불과 석 달로 무척 짧다. 그렇다고 가부간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무작정 스피드를 높여서는 안 된다.

위원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열린 공론으로 국민적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방향, 의견보다는 사실, 타협보다는 용기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