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희의 즐거운 항변 "슬라이더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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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잘 보세요' 넥센 언더핸드 투수 한현희가 20일 SK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매서운 눈빛으로 역투를 펼치고 있다.(인천=넥센)

 

2경기 연속 호투를 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선발 투수의 덕목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의 쾌투에도 무승이다. 하지만 구위 회복에 즐거운 표정이다.

넥센 투수 한현희(24) 얘기다. 최강의 불펜 투수에서 선발로 다시 전환한 올 시즌 나름 보직 변경의 연착륙을 이루고 있지만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현희는 20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는 쾌투를 펼쳤다. 안타는 1개만 내줬고, 사사구 3개를 허용했으나 실점은 단 1개도 없었다.

2-0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다. 지난 14일 KIA전 7이닝 2실점까지 2경기 연속 선발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특히 묵직한 직구와 크게 휘어져 나가는 변화구가 일품이었다. 한현희는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예리한 변화구로 잇따라 삼진을 잡아내는 등 재미를 톡톡히 봤다. SK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리는 한현희의 몫이 아니었다. 한현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보근이 7회 이홍구의 1점 홈런 등 장단 5안타를 맞아 3실점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한현희의 시즌 첫 선발승도 날아가버렸다.

14일 KIA전에서 한현희는 KIA와 광주 원정에서 7이닝 1탈삼진 4피안타 사사구 2개 2실점으로 선방했다. 그러나 팀 타선의 득점 지원도 2개에 그쳐 승패 없이 물러났다. SK전에도 한현희는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다만 한현희의 쾌투는 팀 6연패 탈출의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8회 김하성의 역전 2점 홈런과 윤석민의 쐐기 적시타로 넥센이 5-3으로 이겼다. 그러나 한현희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연패가 길어질 뻔했다.

'리드 좋더라' 넥센 한현희(왼쪽)가 20일 SK와 원정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포수 주효상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인천=넥센)

 

경기 후 한현희는 "(승리 무산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면서 "내 투구 만족하고 연패를 끊어서 상관이 없다"고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어 "사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팀이 이겨서 좋다"면서 "(포수) 주효상의 리드가 좋았다"고 밝게 웃었다.

승리를 날린 선배 이보근에 대한 여전한 믿음을 드러냈다. 한현희는 "다음에 잘 던졌을 때 보근이 형이 잘 지켜줘서 승리 투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현희 역시 불펜 투수 출신으로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2012년 입단해 3승4패 7홀드를 올린 한현희는 이듬해 27홀드(5승1세이브), 2014년 31홀드(4승2패2세이브)로 2년 연속 홀드왕에 오를 만큼 필승 불펜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14년 3개, 2013년 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히려 부족한 점을 반성했다. 한현희는 "3회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투구수가 많아졌다"면서 "다음에는 더 오래 던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현희는 투구수가 81개였다. 장정석 넥센 감독이 경기 전 "90개 정도에서 조절해줄 것"이라고 말한 만큼 자기 역할은 제대로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현희는 팔꿈치 수술로 지난해를 통째로 쉬었다. 2015년에 이어 올해 다시 선발 전환을 노린다. 한현희는 2경기 연속 호투에 대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초반에 좋다고 나중에 못 하면 안 되고 쭉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자신감은 가득하다. 한현희는 "커브가 옛날처럼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이어 "오늘 변화구를 슬라이더로 아는데 사실은 모두 커브고 구속이 빠르다 보니 그럴 수 있는데 커브 그립으로 구속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SK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한현희의 구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뿐이었고, 커브는 없었다. 그러나 본인은 커브라고 해명했는데 슬라이더만큼 구속이 나오는 커브,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뜻이다. 데뷔 전부터 한현희는 휘는 변화구로 맹위를 떨쳤는데 밖에서는 슬라이더로 봤지만 정작 본인은 커브였다고 주장해왔다. 어쨌든 왕년의 위력을 되찾은 것이다.

여기에 몸쪽 공과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한현희는 "수술 이전에도 선발 경험을 했지만 그때와는 달라졌다"면서 "몸쪽 공은 물론 좌타자에게 던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데뷔 후 불펜 성공 신화를 써내렸던 한현희. 이제 보직을 변경해 선발에서도 리그 정상급 선수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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