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미FTA' 꺼낸 트럼프의 '성동격서'


(사진=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공동취재단/자료사진)(사진=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공동취재단/자료사진)
'미국 정부의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깜짝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가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언급이다. 그것도 2박3일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면서 던진 메시지다.

지난 2012년에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reform)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한미FTA에 따른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 증대, 미국 산업의 진출을 규제하는 많은
장벽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양국 무역의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playing field)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 최고위층에서 한미 FTA를 공개리에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실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의 연장선에서 한미FTA 개정 문제는 이미 예상됐던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일 펜스 부통령의 FTA 관련 발언은 다소 성급했고 또 탐탁치도 않았다. 군사·안보와 경제의 두 개 영역에서 모두 자국의 이익에 철저하려는 미국의 모습 때문이다.

대통령의 탄핵·구속, 과도정부 체제 하의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의 내부사정, 그리고 추가 핵실험 도발을 준비하는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감안한다면 그는 이번 방문기간 동안 굳건한 한미동맹과 강력한 대북 경고의 콘셉트를 견지하는 것으로 충분했다고 본다.


국립 현충원 참배와 비무장지대 방문, 북한을 겨냥한 한·미 공동발표를 마치고 굳이 마지막 일정에서 FTA 문제를 꺼낸 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즉, 그의 FTA 발언은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하면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측 통상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도 "(펜스의) FTA 개정 관련 발언은 사실 예측하지 못했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 7일 펜스의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순방과 관련해 "미국의 동맹관계와 파트너십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강조하고, 트럼프 정부의 경제 어젠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백악관의 발표에 비춰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북한 관련 위기지수를 한껏 끌어 올린 뒤 한국, 중국, 일본 등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으로 보여진다.

즉,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공격하는 것'처럼 안보 이슈를 활용해 경제 이득을
꾀하는 '성안격경(聲安擊經)' 양상이다.

실제로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미지정에 화답해 대북 제재를 시사했고, 부수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는 늦춰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또 18일부터 시작되는 일본과의 경제대화를 통해 수입확대와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미·일 FTA 협상 논의 개시 등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한국 정부를 겨냥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추진 방침도 이와 마찬가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에 능숙한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이제 5월 9일 조기 대선을 통해 한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인상과 서비스시장 개방 요구 등 다양한 통상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다.

펜스 부통령의 한미 FTA 개정 추진 발언은 그 신호탄이다.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한 한·미 양국관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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