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터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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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증가하고 있는 국내 미성년 술·담배 구매, 일본에게 배운다

일본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에서 도입하고 있는 미성년자 금지 물품 구매 방지 제도. 술이나 담배를 계산기에 찍으면 "20세이상입니까?"라는 문구가 나오며 고객은 "그렇다" 버튼을 반드시 터치해야만 계산이 진행된다.(사진=이대희 기자)

 

미성년자가 신분을 속이고 담배와 술을 사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왕국인 일본에서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 막으려 해도 막지 못하는 미성년자 담배·술 구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모(54) 씨는 앳돼 보이는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면 일단 긴장한다.

얼마 전 신분을 속인 미성년자에게 담배와 술을 팔았다가 적발돼 100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 씨는 "미성년자들이 교묘하게 신분을 속이다 보니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곤란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적발돼 처분을 당할 경우 매상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편의점 점주들은 미성년자에게 판매를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신분증을 위조하는 등 날로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국내 편의점 업계는 서울시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미성년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계산기(POS기)에 미성년자 구매 불가 품목 바코드를 찍기만 해도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라는 전자 음성이 나오도록 한 것이다.

이런 대책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편의점 업계의 전언이지만 여전히 '위장 구매'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가운데 담배 구매를 시도한 적이 있는 7,43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구매는 너무나도 쉬웠다.

'최근 한 달 동안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쉽게 담배를 살 수 있었다'는 질문에 무려 76.5%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

◈ 일본에서는…"당신 미성년자 아니라면 '터치하라'"

이런 가운데 편의점 왕국인 일본에서는 이보다 한 발 더 진화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미성년자 구매 금지 품목을 계산기에 찍으면 고객이 볼 수 있는 터치 기능이 내장된 화면에 "20세 이상입니까?"(일본은 미성년 기준이 20세)라는 문구가 뜨게 된다.

이 질문 밑에 뜬 '그렇다' 버튼을 직접 손으로 터치하지 않으면 계산이 진행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구매 금지 품목을 구매하려는 미성년자가 직접 손가락으로 '그렇다'를 누르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양심에 호소하려는 방법이다.

일본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0여 년 전 제도를 도입한 뒤 미성년자가 담배나 술을 구매하다 적발된 건수가 대폭 줄어 제도를 계속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에 대해서 국내 편의점 업계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 국내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일본 사례는 국내에서도 시스템 개선이 선행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 건강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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