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울씨는 고향이 서울인 서울 토박이다. 나서울씨는 서울의 수준 높은 교육 인프라의 수혜자였다.
주말이면 집 근처 대형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고, 비싸지만 유명 사설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했다. 나서울씨는 집에서 30분 거리의 서울 소재 한 대학에
입학했다.
강원도 출신의 나지방씨도 서울로 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많지 않지만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학비와 생활비였다. 서울의 국공립대를 가지 않는 이상 나지방씨의 경제력으로는 서울 생활이 불가능했다. 결국 나지방씨는 집 근처에 있는 국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같은 성적을 받았지만 서울로 진학한 나서울씨와 지방을 선택한 나지방씨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학생에게 ‘스펙’으로 통하는 대외활동 대부분은 서울로 몰렸다.
2017년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1,669개 대외활동 공고 중 1,117건(약 67%)이 수도권에서 열렸다.
취업자수도 수도권이 많았다. 유명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채용공고 10곳 중 4곳은 서울에 집중됐다.
2017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수도권의 청년 취업자 수는 212만 9천여 명으로 전체 청년 취업자의 54%를 차지했다.
서울만 따지면 약 85만 명 이상이 취업했다. 청년실업문제로 힘들었지만 나서울씨는 비교적 순탄하게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다.
반면 나지방씨의 구직 활동은 순탄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역에 일자리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일자리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그나마 가끔 나오는 좋은 일자리의 상당수는 서울 명문대를 나온
졸업생이 차지했다. 강원도에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청년들은 자연스레 서울을 향했다. 육체노동이 강한 일자리는 조금씩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청년이 바라는 일자리 정책 1위는 ‘일자리 질 개선’으로 전체의 57.3%를 차지했다. 지방은 내수가 나빠지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과 도소매, 숙박 등 영세 사업장 비중이 높다. 임금 차이도 있었다. 강원 지역은 서울보다 월평균 약 6시간 더 일하지만 월급은
약 64만원이 적다.
수도권대학 졸업생의 91.2%는 그대로 수도권에서 취업했지만 비수도권대학 졸업생의 33.3%는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 취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이 ‘서울행’을 택하는 것은 당연했다.
모든 것은 ‘서울’로 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