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ㄷㄷ
생선 중에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속담에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낙지는 가을을 대표하는 보양 음식의 하나로 분류된다.
그런데 제철을 맞은 가을 낙지가 난데없이 논란에 빠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가 낙지의 머리와 먹물에 허용기준치를 몇 배나 초과하는 중금속카드뮴이 검출됐다며 먹지 말라는 검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어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검사결과 발표를 철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Why 뉴스]는 ''오세훈 시장은 낙지파문은 사과는 하면서 왜 조사결과를 철회하지는 않는지?''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서울시가 낙지파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것인가? =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사과를 했고 25일에는 서울시 신면호 복지건강본부장이 어민들에게 공식사과를 했다.
신면호 본부장은 어민대표들과의 협상에서 "서울시의 발표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사과한다. 낙지 소비촉진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서울시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겠다"는 합의를 했다.
▶서울시가 사과를 했다면 조사결과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한 거인가?= 그렇지는 않다. 서울시의 사과는 합의문에서 보는 대로 "서울시의 발표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어민들에게 사과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과를 하긴 하지만 조사결과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사과를 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검사방식이 잘못됐다거나 조사결과를 철회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사결과가 잘못된 것은 아닌데 사과를 한다? 뭔가 어색하지 않나?= 그래서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확인을 해봤다. 신면호 본부장은 사과의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낙지머리가 이슈가 되면서 서울시가 미리 예상하지 못한 어민들의 피해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서 왜 사과 했느냐? 라고 물으니까 "서울시는 이 문제(낙지파문)가 더 이상 확산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낙지문제를 언급을 하면 할수록 논란만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와 식약청이 다투는 모습으로 비쳐질 경우 ''낙지머리의 유해성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정부기관 간의 갈등''으로 본말이 전도될 우려가 있으므로 대응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시는 낙지머리 유해성 발표이후 식약청에서 ''먹어도 좋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철회하면 되는 것 아닌가?= 철회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한 입장이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낙지내장에 대한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추후도 사과할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낙지머리(실제는 몸통이 맞는 말이다)와 먹물의 유해성에 대해 조사한 것은 시민들이 즐겨먹는 먹을거리이기 때문에 안전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고 낙지에서 검출되는 중금속의 95%이상이 내장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낙지머리를 떼어 내고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다만 섣부른 발표로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서는절차상 치밀하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에 사과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식약청의 발표도 "일주일에 두 마리는 먹어도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세 마리는 안 된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이 국정감사 답변과정에서 "낙지 머리의 유해성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갖고 있다"고 밝혔는데 결과가 공개됐나?= 서울시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에게 ''서울시의 조사내용이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공개해야하는 것 아니냐?''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서울시에서는 추가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낙지 머리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뒤 표본수를 처음보다 3배 가까이 늘려서 추가조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어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조사에서는 지역별 조사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신면호 복지건강본부장은 "서울시의 관심은 서울시에 유통되고 있는, 서울시민들이 먹는 낙지의 유해성 여부"라면서 "추가 조사결과는 과학적 검증이나 기준을 만들 때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에 유통되는 낙지의 97% 가까이가 중국산이며 특히 여름철에 먹는 낙지의 대부분은 냉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은 국산에 비해 카드뮴 함량이 조금 더 많게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건강이 우선 아닌가, 그런 점에서는 조사결과가 공개돼야 하는 것 같은데? = 그렇다. 사실 어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낙지를 즐겨 먹는 국민들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 그런 만큼 정부기관 끼리 진실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실체적인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가 자신 있다면 어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조사 결과를 낱낱이 밝혀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낙지파문으로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낙지머리 파동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도 찬반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세훈 시장의 이미지가 훼손됐냐 아니냐에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한 건'' 하려다가 손해만 봤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서울시민의 건강문제를 적극적으로 챙긴다는 인상을 줬다는 점과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를 철회하지 못하겠다는 소신 있는 모습을 보인 점은 득이 됐으면 됐지 손해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외에는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낙지머리 파동을 겪으면서 오세훈 시장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들도 있다.
오세훈 시장이 정말로 소신 있다면 추가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낙지가 정말 가을 보양식이 맞는 것인가?= 속담에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가을 식재료 중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낙지의 영양가는 ''''뻘 속의 산삼''''이라거나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에게 좋은 보양식임에 틀림없다.
낙지의 특이한 맛 성분은 주로 베타인이며, 신경을 안정시키는 아세틸콜린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각종 무기질(칼슘,인,철분,마그네슘,나트륨,칼륨,유황,옥소,코발트,망간)이 풍부하고 비타민B2,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낙지는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하면서 ''야윈 소에게 낙지 네댓 마리를 먹이면 금방 기력을 회복한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의 의서인 <천주본초>(泉州本草) 역시 낙지는 익기양혈(益氣養血), 즉 기를 더해주고 피를 함양해주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고 숨이 찰 때 효능이 있다고 했다.
낙지는 한 해 살이 인데 봄에 산란하고 5~6월경 부화하니까 여름에는 너무 작아서 먹을 게 없고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돼야 크고 살이 올라서 먹을 만해지는 것이다.
가을을 무사히 넘긴 낙지는 이듬해 봄 산란을 하고 생을 마감하니까 다른 생선과 달리 중금속이 축적될 여지가 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낙지의 계절인 가을 매일 몇 마리를 먹어야 중금속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1년에 낙지를 먹으면 얼마나 먹겠나?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을이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들던 낙지 언제 그 파문이 가라앉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천주본초>자산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