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의 기시감, 경기지사 선거가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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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용의 독주와 명분의 실종…유권자의 냉소가 말하는 것

다음 달 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 진보당 홍성규 후보. 연합뉴스다음 달 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 진보당 홍성규 후보. 연합뉴스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지사 선거 지형이 19년 전 2007년 제17대 대선과 묘한 평행을 이루고 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경제 실용주의'를 앞세워 정권을 탈환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로 집권 여당이 '성과로 증명된 실용'을 내세우며 개혁 성향 유권자까지 흡수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3자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진보정당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2007년의 장면이 겹쳐 보인다.
 

주체만 바뀐 '실용'과 '개혁'의 함수관계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힘 양향자,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의 3자 구도에 진보당 홍성규 후보가 가세한 형국이다. 이는 정동영–이명박–이회창–권영길 후보가 경쟁했던 2007년 대선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야당이었던 이명박 후보는 "임기 내 코스피 3000을 넘어 최대 5000시대를 열 수 있다"고 약속하는 등 강력한 경제 실용주의 바람을 일으켰다. 비록 임기 내 공약 달성은 실패했지만 당시 그 수치가 유권자들에게 준 파급력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경기도의 상황은 정반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7000선 돌파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현실화되면서 과거 보수 진영의 전유물이던 '실용' 프레임은 이미 여권의 무기가 됐다.
 
양향자 후보가 '반도체 실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권자에게는 이미 정부가 숫자로 증명한 성과가 더 크게 각인된 상태다. 여기에 추미애 후보는 이 실용적 토대 위에 '강한 개혁'을 더하며 지지층의 상승작용을 끌어내고 있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집권 말기 피로감에 갇혀 고전했던 것과 달리 추 후보는 '성공한 실용'을 등에 업은 '공세적 개혁'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양새다.
 

'공소취소 특검' 유예와 무력화된 '법치 연대'


야권의 반전 카드였던 '법치 연대' 역시 동력을 잃고 있다. 조응천 후보가 민주당의 공소취소 요구를 '위헌적 법치 파괴'로 규정하며 전선 형성을 꾀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특검 논의를 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명분의 긴급성이 약화된 상태다.
 
2007년 이회창 후보가 '대안 보수'와 '법치'를 내세워 완주했던 것처럼 조 후보도 독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민주당의 전술적 유예로 인해 메시지의 날이 무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향자 후보가 뒤늦게 특검 반대 전선에 합류하며 보수 표심 결집을 시도했지만 조응천 후보는 "목표는 (민주당이) 입법을 포기한다고 얘기할 때까지 가는 것"이라며 "이걸 가지고 연대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어 단일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권영길의 길' 걷는 홍성규, 그리고 유권자의 냉소


진보당 홍성규 후보의 행보는 2007년 권영길 후보를 연상시킨다. 당시 권 후보가 '무상 교육·의료' 등 선명한 진보 의제로 틈새를 파고들었듯 홍 후보 역시 노동·농민 등 거대 양당이 소홀히 한 의제를 집중 공략하며 고정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특히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반도체' 'GTX' 등 개발 중심으로 수렴되면서 홍 후보의 차별화된 메시지는 낮은 투표율 속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배적인 정서는 '냉소'다. 지난해 대선에서 경기도는 이재명 후보에게 52.2%를 몰아줬고 정부의 실용적 성과가 이어지면서 "어차피 될 사람은 정해졌다"는 안이함과 "마땅히 찍을 인물이 없다"는 무관심이 동시에 감지된다. 정책 경쟁보다 '투표 의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가 2007년 대선의 투표율까지 닮지 않길 바란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경기도의 투표율은 61.2%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정치적 냉소와 실망이 투표 포기로 이어졌던 사례다.
 
결국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이미 증명된 실용, 미완의 개혁, 틈새를 파고드는 진보의 목소리, 그리고 유권자의 냉소가 얽힌 채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07년 이명박의 실용이 시대를 갈랐다면 2026년 경기도는 그 실용의 주체가 바뀐 채 또 다른 분기점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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