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노동절, 하지만 '멈출 권리'는 아직이다[박지환의 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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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김동빈 기자

서울 종로구 전태일동상 인근 건물에 노동절 축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서울 종로구 전태일동상 인근 건물에 노동절 축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앵커]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고 해서 일터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노동자가 위험을 느끼면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노동절을 맞아 이 문제를 심층 보도한 정책부 김동빈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이번에 건설현장 노동자 300여 명을 상대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했죠. 가장 눈에 띈 결과는 무엇이었습니까?

[기자]
네, 가장 뼈아픈 지점은 '법과 현장의 괴리'였습니다.

건설현장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업을 멈춰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멈추고 싶어도 누구에게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절차를 아는 노동자가 36%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인 안전교육조차 요식행위인 '서명지 작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앵커]
절차를 몰라서 못 멈추는 경우도 있지만, 알아도 못 멈추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더 크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응답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밥줄'이었습니다.

왜 위험을 보고도 참고 일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 가까이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해고나 다음 현장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우려했습니다.

일용직 중심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노동자의 용기 있는 선택은 곧 생계 위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위험을 알렸는데도 "이 정도는 괜찮다"며 작업을 강행시킨 사례도 44%에 달했습니다.

결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는 '권리'가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앵커]
국회에서도 법 개정을 추진 중이죠. 현재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만 가능한 작업중지를
'산재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 넓히겠다는 건데, 현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기대와 불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법이 바뀌면 현장이 변할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긴 했지만, "법은 형식적으로만 시행될 뿐 정착 의지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원청의 '공기 단축' 압박과 하청의 '최저가 낙찰' 구조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 개정은 결국 현장에서 '종이 호랑이'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노동계에서는 "작업을 한번 멈추면 결국 나중에 더 빠르게 몰아치게 되는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은 곧 비용'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공사가 하루만 늦어져도 손실이 크다는 주장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그래서 전문가를 통해 그 '비용'의 실체를 확인해봤습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산재 사고 1건을 예방했을 때 보존되는 사회적 순편익은 많게는 20억 원에 이릅니다.

공사 지연 비용을 아끼려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감당해야 할 법적·경제적 손실은 물론, 한 가정이 무너지는 사회적 비용까지 훨씬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작업중지를 전면 보장하고 인센티브를 도입한 이후 재해율이 매년 15%씩 감소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안전이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을 높이는 투자라는 점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입니다.

[앵커]
그럼에도 중소 현장이나 다른 직군으로 가면 여전히 사각지대가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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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맞습니다. 학교 급식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40도에 가까운 찜통 환경에서 노동자가 쓰러져도 "애들 밥은 제때 나가야 한다"며 작업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방문 서비스 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폭언과 폭행이나 성희롱 등에 노출돼도 작업을 중단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처럼 작업중지권은 다양한 직군에서 제대로 보장되거나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안전보건위원회 같은 '집단적 주체'가 작업중지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작업을 멈춘 기간의 임금을 법으로 보장해 경제적 보복을 차단하는 해외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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