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참았는데 '또'…지방이 전력 식민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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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가 첨단 산업 전력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비수도권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을 향해 뻗어가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우리 사회 '전력 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되풀이되는 갈등 속 "지방은 전력 식민지냐"는 지역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전CBS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제로 떠오른 '전력 식민지' 논란의 실태와 원인 등을 짚어보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지방은 전력 식민지인가①]

▶ 글 싣는 순서
① "수십 년 참았는데 '또'…지방이 전력 식민지냐"
(계속)
충남을 지나는 송전탑과 송전선로. 김정남 기자충남을 지나는 송전탑과 송전선로. 김정남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에 담긴 충청권 관통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호남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충남이 전력 수송의 '맞춤형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충남에서 열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전력망 구축 토론회'에서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와 한전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충남은 이미 1395㎞에 달하는 송전선로와 수천 개의 송전탑을 안고 있다. 그간 석탄화력발전 등을 통해 전국 최대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으로 올려보냈지만, 또다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나오며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과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 꼽힌 문제의 핵심은 전력 생산과 소비의 극단적 '불균형'이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대한민국 전력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왜 이렇게 지금도 하고 있느냐가 또한 문제다. 전기가 있는 곳으로 가면 되는데 왜 전기도 없는 수도권에 짓느냐"고 비판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대표가 최근 충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송전망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전선로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대표가 최근 충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송전망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전선로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
지중화율의 지역 불평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의 송전선 지중화율은 90%에 달하지만 충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장에는 서천군의 한 주택 위를 지나는 지상 송전선의 모습이 비춰졌다. 1980년대 초반 설치돼 여전히 지중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같은 불균형과 불평등은 과거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은 현재 추진 중인 송전선로 사업 역시 사실상 일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범석 충남 송전탑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주민 주도형으로 입지를 선정하게끔 돼있음에도 실상은 주민이 전혀 모르는 '깜깜이' 상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홍성군의 한 주민은 "한전이 설명회를 '외주'를 줬다. 현장에서 무슨 얘기를 듣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으로 무슨 여론 수렴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서산시에서 온 주민은 "사실상 지역 내 폭탄 돌리기"라며 "이미 용인으로 (전력망이) 가는 건 정해놓고 '해미를 지날지, 덕산을 지날지' 이렇게 폭탄을 돌리며 받아들이는 지역에서 희생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충남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손에 '송전철탑 결사반대'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다. 김정남 기자최근 충남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손에 '송전철탑 결사반대'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다. 김정남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수도권 과밀화, 1극 체제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하자고 하면서 전력은 수도권으로 다 끌고 가는 정책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충남에서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는데도 수도권과 전기요금이 같으니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다"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송전선로를 만들어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낸다면 그 비용은 수도권에서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에너지 정책 방향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 또한 강조하며 "앞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그 지역에서 쓸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분산시키고 이를 통해 수도권 인구 분산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전의 이성학 개통정책기획실장은 현실적인 한계를 강조했다. 이 실장은 "발전원이 점차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많은 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을 통해서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태양광과 풍력 재생에너지가 바닷가와 남쪽에 많은데 그럼 모든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 저쪽에 가서 살고 경제 활동을 다 저기서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 실장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서 수요가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소비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은 하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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