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신천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재정 장부에 기입된 '전도비'를 주목하고 있다. 전도비는 증빙 영수증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자금으로 파악됐다. 신천지 전직 간부들은 이 자금을 '2인자'였던 고동안 전 총회 총무가 자유롭게 사적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합수본은 전도비의 사용처를 살펴보는 한편, '로비용'으로 쓴 게 아닌지 추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 각 지파는 매해 연말 결산 보고서 형식의 재정 장부를 작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본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총회 본부, 요한지파 과천교회를 비롯해 전국 12지파 산하 교회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장부를 확보했다.
합수본이 주목한 부분은 장부에 기입된 '전도비'로 전해졌다. 2022년~2023년 전도비 명목으로 매달 적게는 1~2억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 정도 교회 재정에서 빠져나간 내역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전도비가 이 정도 규모로 쓰이는 건 이례적이란 게 신천지 전직 간부들의 증언이다. 한 전직 간부는 "전도비가 억 단위로 쓰이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렇게 큰 돈이 교회에서 나가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전도비는 다른 예산들과 다르게 증빙 영수증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용처를 알 수 없는 자금인 셈이다.
신천지 2인자로 정치권 로비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무. 크리스천 노컷뉴스 유튜브 캡처합수본은 이 자금이 이만희 교주나 고 전 총무의 사적 용도나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의심 중이다.
고 전 총무는 2022년 한 해에만 신천지 12개 지파로부터 60억여 원을 거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합수본은 복수의 신천지 탈퇴 간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 전 총무가 걷은 돈이 정치계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합수본은 고 전 총무와 이희자 한국근우회장 간 금전 거래 내역도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무가 이 회장에게 돈을 이체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 회장은 신천지와 정치권의 '연결 고리'로 지목된 인물로, 친윤석열계(친윤) 인사들에게 후원금을 낸 이력도 있다.
고 전 총무가 기록에 남지 않는 현금을 통해 정치권 로비 등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신천지 탈퇴 간부는 "계좌 이체는 일부고 나머지는 다 현금으로 갔다고 본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고 전 총무가 12지파로부터 돈을 걷을 때 텔레그램을 통해 '5만원권 현금으로 달라', '보는 즉시 지워라' 등의 식으로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전도비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동시에 핵심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