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트럼프 관세'에 불확실성↑…정부 일단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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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원 관세 위법 판결 후폭풍…환급 소송도 '혼란'

美 연방대법원 "IEEPA 근거 상호관세는 의회 권한 침해" 판결
트럼프, 즉각 '글로벌 관세' 15% 카드 꺼내며 정책 유지 시사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한 韓, 추가 관세 가능성에 혼란
이미 거둔 193조 원 관세 수입 환급 여부도 '미지수'
정부, 기존 합의 이행 기조 유지하며 상황 예의주시
일각 "특별법 재검토" 주장도…통상 당국은 '신중론'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국제 통상 환경이 급격한 혼돈에 빠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15%의 '글로벌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의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가 관세 부과 등 향후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신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美 대법원, IEEPA 근거 관세에 '제동'…트럼프, '글로벌 관세' 카드


23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해 온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확정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경제적 제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전방위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의회의 대외무역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다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는 이번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글로벌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법원 판결 직후 대체 수단을 통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해당 세율을 15%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틀 동안 미국의 관세 정책은 요동을 쳤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다만 150일 이후 조치를 유지하려면 의회의 연장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를 대체할 법적 수단으로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위협)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행위 조사 및 보복)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나라는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글로벌 관세 역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현 무역적자 상황이 무역법 122조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추가 관세까지 부과될 경우 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거둔 관세 193조 원…환급 소송 '혼란' 불가피

평택항에 쌓여있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평택항에 쌓여있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상호관세로 거둬들인 관세 수입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1335억 달러(약 193조 원)에 달한다.

현재 미 연방국제무역법원(CIT)에는 상호관세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수입업체들이 제기한 환급 소송이 수천 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기업이 위법 판결을 예상하고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의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 등도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법적 명분은 마련됐지만, 행정부가 새로운 법적 근거를 소급 적용하거나 행정명령을 통해 환급을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향후 하급 법원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환급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5년간 환급 문제를 두고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韓 정부, '기존 합의 이행' 기조 유지…협상력 관리


우리 정부는 일단 기존 합의 이행 기조를 유지하며 대미 투자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등 우회 수단을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관세 인상 기조 자체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로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가 흔들린 만큼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진보당은 "법적 근거를 상실한 정책에 우리 국회가 장단을 맞출 이유가 없다"며 특별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미국 측 정책 변화와 정부 대응을 고려해 특별법 처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상 당국은 대미 투자 계획을 지연하거나 수정할 경우 오히려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추가 카드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관세 변수는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기조는 여전히 강하다"며 "일단 기존 한미 협의를 이행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 측 동향을 점검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계획이다. 당·정·청은 전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통상 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이 우리 국익에 최선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여야가 합의한 대로 3월 9일까지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산업부도 이날 김정관 장관 주재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어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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