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전경. 경기도의회 제공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인 142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지방정부' 경기도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몸집을 키운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대거 기초단체장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탄핵 이후 위축된 국민의힘 당세와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라는 강력한 '여당 프리미엄'이 맞물리며 광역의원들이 입법의 문을 열고 행정의 심장부로 진격하는 이른바 '주류 교체의 완결판'이 될 전망이다.
"당심은 우리가 꽉 잡았다"…5대 5 공천룰이 부른 '거침없는 도전'
29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6월 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장·군수에 도전 의사를 밝힌 경기도의원은 2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도의원들이 현직 시장·군수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데는 치밀한 '공천 공학'에 있다.
민주당의 기초단체장 공천 방식인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투표 50%' 방식이 그 핵심이다. 행정 실무에 몰두하느라 당원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기기 쉬운 현직 단체장과 달리 지역위원회와 밀착해온 도의원들은 '권리당원 50%'라는 강력한 지지 기반을 닦아왔다.
특히 이재명 정부 집권 1년 차라는 시점은 이른바 '친명(親明)' 간판을 단 도의원들에게 강력한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과거 친문(親文) 주류 세력이 물러나면서 이 자리를 대신할 당내 주류 교체 열망이 현직 시장보다 도전자들에게 쏠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3개월 사이 도의원들의 행보는 더욱 과감해졌다.
1420만 이끈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시흥의 DNA로 행정 설계"
경기도의원들의 도전 행렬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인물은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시흥3· 민주)이다. 2018년에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현 임병택 시흥시장과의 당내 공천 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들었던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최근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임 시장과 8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된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이달 중순 2000여 명의 인파가 몰린 대규모 북콘서트를 통해 사실상 시장 출정식을 마쳤다. 4선 의원 관록의 김 의장은 의장 재임 기간 시흥시 관련 특별조정교부금 약 450억 원 확보를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냈다.
그는 "시흥의 DNA를 가장 잘 아는 행정 설계자"를 자처하며 지난 지선 당시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현 임병택 시흥시장의 인물 경쟁력을 '의장 출신 여당 후보'라는 중량감으로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같은 지역구 문정복 국회의원이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주류의 핵심이라는 상징성을 얻은 것은 그가 쥔 가장 강력한 당내 경선 무기다. 김 의장은 2018년 임병택 시장과의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뒤 문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과거 보좌관이 도의회 의장이라는 중량감을 입고 현직 시장의 대항마로 돌아온 것이다.
'예산 해결사' 이용욱부터 '이재명의 입' 황대호까지…접전 예고
파주에서는 도의회 민주당 총괄수석부대표를 지낸 이용욱 의원(파주3)이 '예산 해결사'를 자처하며 일찌감치 출격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출판기념회를 통해 출마를 공식화한 그는 파주 지역 특조금 231억 원 확보라는 실적을 증거로 내밀었다. 시의원 재선을 거친 탄탄한 바닥 민심과 '소상공인 지원 조례' 등 민생 입법 성과는 현직 김경일 시장과의 당내 경선에서도 그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수원은 지난 해 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 중앙선대위 청년대변인을 지내면서 '이재명의 입'으로 통하는 황대호 문화체육관광위원장(수원3·민주)의 행보가 눈에 띤다. 그는 '체육인 기회소득'을 입법적으로 주도하며 정책적 실무 능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가치를 지역에서 구현하겠다는 선명성을 강조하며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부천의 김광민 의원(부천5·민주)은 장덕천·조용익 시장으로 이어지는 '변호사 시장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 조례' 등 선명한 가치 입법에 주력해온 그는 SNS를 통해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특히 그는 SNS에서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출마를 선언하던 당시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성남의 이재명처럼 부천의 김광민이 되겠다"고 밝히며 '리틀 이재명' 이미지를 피력하고 있다.
탈환이냐 수성이냐…'특조금 성적표' 들고 나선 도전자들
현직이 국민의힘인 지역의 탈환 공세도 거세다. 군포의 정윤경 부의장(군포1·민주)은 다음 달 1일 출판기념회를 예고하며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단 0.89%p(1134표) 차로 국민의힘 하은호 현 시장에게 졌던 아쉬움을 180억 원의 특조금 유치와 보육 조례 성과로 씻겠다는 포부다.
오산의 조용호 의원(오산2·민주)은 현직 시장의 시정 난맥상을 연일 저격하며 100억 원의 예산 확보 실적으로 대안 리더십을 강조한다.
김포의 이기형 의원(김포4·민주) 역시 200억 원의 도비를 이끌어낸 '교통 해결사'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니 당선된 직후 치른 2022년 선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김포시장 선거에서 줄곧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은 이 의원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보수 우위 흐름을 뚫고 다시 민주당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반면 야당이 된 국민의힘에서는 고준호 의원(파주1)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7일 파주시청 계단에서 배수의 진을 친 그는 150억 원의 주차장 예산 확보 실적을 강조하며, 2022년 파주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0.29%p(531표) 차이로 낙선했던 아쉬움을 '시정 심판론'으로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정장선 불출마 선언 '무주공산'된 평택시장 선거도 각축전 전망
정장선 시장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평택은 도의원들의 각축전이 가장 치열하다.
서현옥 의원(평택3·민주)은 '전국 최초 팹리스 산업 육성 조례' 등 입법 실적을 앞세워 평택의 미래 먹거리를 설계하는 '정책 전문가'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곤 의원(평택1)은 '1인 창조기업 지원 조례'와 지역 밀착형 예산 확보 성과를 바탕으로 보수 표심을 결집하며 시권력 교체를 노리고 있다.
과거 지방선거가 '정치적 바람'에 의존했다면 2026년의 도의원들은 직접 확보한 예산 수치와 시민의 삶을 바꾼 조례라는 '실적 기록부'로 승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초기 '여당' 타이틀을 단 이들이 광역의 입법 경험이 기초 행정에 이식되는 '지방정치의 질적 진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