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불타는 증시…우려되는 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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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이어지는 불장, '빚투' 우려도 증대
'유동성+실적' 장세 뒷받침할 경제 체력·체질 개선 뒤따라야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코스피 지수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코스피 지수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병오(丙午)년 대한민국 경제의 '붉은 말'은 주식시장이다. 새해 첫 장이 열리자마자 폭발한 국내 증시는 8일 코스피 4600선마저 뚫고 대통령의 공약인 5천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톱은 각각 '14만 전자', '76만 닉스'로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미국 CES(소비자전자쇼) 2026에서 AI(인공지능) 로봇을 선보여 테슬라를 긴장시킨 현대차도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한국 증시는 말 그대로 불타오르고 있다. 
 
어제(9일) 아침 출근하다가 이웃 어르신을 만났다. 80대 할머니는 대뜸 "주식이 난리인데 뭘 사야 해요?"라고 물었다. "다 오르는 건 아니니 반도체 등 대형 우량주들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투자하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차량을 타고 아파트를 나가는데 팬데믹 장세가 떠올랐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는 폭락했다. 하지만 제로 금리 등을 통한 엄청난 유동성 공급으로 V자 반등을 하며 폭등했다. 2021년 여름에는 코스피가 3300선을 돌파했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했고 국민 모두가 증시에 뛰어드는 것 같았다. '초등학생도 주식을 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신용대출, 카드론, 스탁론(주식담보대출) 등 '영끌'이 속출했다. 그러나 증시는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예고로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주저앉아 버렸다.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 팬데믹 불장은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에 기댄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였다. 하지만 현재는 유동성에다 반도체 기업 등의 실적이 더해진 실적 장세인데다 정부까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24만원, 112만원으로 제시했다.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부족에 따른 수익 구조 개선으로 장기 호황이 예상된다는 게 근거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조원(연결 기준)으로 1년 만에 20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8년 3분기의 17조 57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 기록이다.
 
    
문제는 '빚투'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아파트값 급등 국면에서 포모를 겪으며 '벼락거지' 신세로 전락(?)한 이들이 이번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증시는 정부도 권장하는 투자처인데다 부동산처럼 거액이 필요하지도 않다.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매수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7일 기준 각각 1조8013억원, 1조150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시장 전체로는 27조8707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이다. 시중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3년 만에 최대 규모이고, 카드론도 두 달째 증가하고 있다. '유동성+실적+정책'이 이끄는 장이지만 빚투가 지나치게 과도해지면 약세장에서 하락을 가속화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강제로 회수하는 반대매매는 치명적일 수 있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은 증시 과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환율은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좀처럼 불안감을 떨치내지 못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24일 1484.9원까지 치솟자 강력한 개입으로 1420원대까지 눌러 내렸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이 되자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지난 9일에는 1450원선을 다시 뚫어 버렸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총동원됐지만 환율 상승의 방향성을 바꾸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화 실탄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외환보유액은 4280억 5천만 달러로 한 달 만에 26억 달러나 감소했다. 12월 기준으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28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올해는 대미 전략투자 1차분 200억 달러도 집행될 예정이다. 과연 언제까지 환율 방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시장 개입 장기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임시 방편보다는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 정책, 재정 건전성, 구조 개혁, 미래 먹거리 투자 등으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체질을 개선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 증시가 더 단단하고 튼튼한 '붉은 말'로 오랫동안 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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