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두산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라는 대형 목표 달성을 목전에 뒀다. 인수 대상 지분은 70.6%, 거래 규모는 3조~4조 원대로 추정된다.
이번 '빅 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산은 이미 확보한 기초 소재, 테스트 기술 역량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벨류체인을 완성하며 AI 확산 흐름에 맞춘 사업 구조 다각화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 선정…'빅 딜' 성사되나
연합뉴스SK㈜는 17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두산)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며, 추후 관련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번 거래는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두산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SK㈜는 올해 초부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사업 구조 조정을 진행해 왔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세밀하게 재편 중이다.
SK㈜ 측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활동들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며 "사업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몸값 5조' SK실트론 품으면…'반도체 밸류체인' 완성
SK실트론은 실리콘 웨이퍼를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로서 일본의 신에츠, 섬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 등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탑5에 속하는 글로벌 제조사다. 2017년 SK그룹 합류 이후 단 한 차례의 적자도 내지 않은 '알짜 기업'이다. 인수 당시 1조 원에 못 미쳤던 매출은 지난해 2조1268억 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몸집을 키웠다. 기업 가치는 5조 원 수준으로 시장에서 평가된다.
두산그룹이 SK실트론을 최종 인수하면 반도체 전공정(웨이퍼)부터 후공정(테스트)까지 전 단계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기업 테스나를 4600억 원에 인수했고, 전자BG(전자비즈니스) 사업부를 통해서는 반도체의 지반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 동박적층판(CCL) 사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해왔다. 특히 전자BG는 AI 확산과 맞물린 반도체 호황 효과에 힘 입어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1조 3190억 원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실트론 인수가 성사되면 기존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기계에 더해 반도체·첨단소재로까지 사업 분야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추가 협상 절차 남아…최태원 보유 지분 향방도 관심
최태원 SK그룹 회장. 류영주 기자두산그룹은 이번 인수를 위해 구미국가산단에 있는 SK실트론 본사 및 공장에 실사단을 보내 SK실트론 현장 실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 가격 세부 조정과 잠재 리스크 평가 등 추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종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SK㈜ 측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가 상세 조건에서 이견이 있으면 원점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SK실트론의 잔여 지분 29.4%도 추후 매각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