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를 풍자하는 조형물 앞을 지나가는 미국 시민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 경제고문을 지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 민주당 측 고위 인사들 간의 관계를 조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민주당이 희대의 성범죄자 엡스타인의 범행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문건 전면 공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맞불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팸 본디(법무부 장관), 법무부에 우리의 위대한 애국자인 FBI와 함께 빌 클린턴, 래리 서머스, 리드 호프먼, JP모건 체이스 등 많은 사람과 기관이 엡스타인과 연루됐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프먼은 링크드인 창업자로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바 있다. JP 모건 체이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금융그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또 다른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 사기"라며 "모든 화살표는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캠프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는 '러시아 게이트'가 민주당의 정치 공작이라는 기존 주장을 다시 꺼내 들며, 엡스타인 문건 공개 요구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글이 올라온 후 본디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제이 클레이튼 뉴욕 남부 연방지검장에게 수사를 주도하도록 요청했다며 조사 지시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자 목록에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호프먼은 엑스를 통해 "수사 요청은 파일 공개를 피하려는 명백한 계략"이라며 "트럼프와 그의 중상모략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인절 우레나 클린턴 전 대통령 부비서실장도 엑스에 "(엡스타인) 메일은 빌 클린턴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몰랐음을 증명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엡스타인 문건 전면 공개를 촉구하는 하원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하원에서는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까지 가세해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문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엡스타인 문건 전면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예상보다 이른 다음 주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관련자 조사를 지시한 만큼 행정부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며 투표 과정서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할 명분을 얻었다.
또 법안이 통과돼 의회가 법무부에 자료 제공을 요청해도 법무부는 사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것이라고 CNN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