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 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에 공감했다.
 
국방부가 14일 공개한 57차 SCM 공동성명에 따르면, 안 장관은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수행을 강조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국방역량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으며,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환영하고 계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법률 요건에 맞춰 가급적 조속히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증액하고자 하는 우리 측 계획을 설명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높게 평가했다.
 
이는 한미 관세·안보협상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의 내용과 같은 것이다. 다만 SCM 공동성명에는 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된 250억 달러 상당 미국 무기구매 등의 내용은 없었다.
 
양국 장관은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 '명시된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 상태'에서 체계적‧안정적‧능동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가운데 '능동적' 원칙은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으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 장관은 주한미군 역할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재확인했다. 이는 2만 8천여명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를 명시했던 예년 공동성명과는 차이가 있다. 
 
양 장관은 한미 양국군에 대한 일관된 훈련 기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와 별도로 한미 양국군 훈련여건 개선과 실전적 실사격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장관은 방위산업 협력과 관련해 한국 업체가 수행한 미국 비(非)전투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특히 미국 전투함정도 한국에서 최초로 MRO를 받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의 대비태세와 억제력 향상을 위한 역사적 진전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일부에 한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 확대회의. 연합뉴스
양 장관은 양국 정상이 논의한 바와 같이 함정 건조 분야에서 협력을 가속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방산협력과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에 있어서의 법적·제도적 도전 극복에 대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측은 그러나 관세·안보협상 팩트시트와 달리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 측의 승인과 지원 등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핵잠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것이어서 SCM 공동성명에는 넣지 못했지만 한미 간 충분한 의견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양 장관은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 국방기술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차관급이 주재하는 국방과학기술협력위원회(DSTEC) 첫 회의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번 SCM공동성명은 예년과 달리 '김정은 정권의 종말' 같은 강경한 대북 메시지는 빠졌다. 안 장관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회복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했으며, 헤그세스 장관은 공감과 지지를 표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특히 미국이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핵심 축인 북미관계 변화 등에 대한 공약을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