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 자료인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최종 발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에 나서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였던 한미 무역 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및 안보 관련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인 지혜를 발휘한 결과로 한미 모두가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며 "우리나라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상선뿐만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도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대한민국과 미국의 조선업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는 발판이 구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도 거듭 확인했다"며 "국방력 강화와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어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동맹으로 발전, 심화하게 되었다. 한미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동맹 르네상스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상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좋은 경쟁을 위해서는 훌륭한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번에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다른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 같은 전통적 전략산업에서부터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시장을 보유한 미국과 강력한 제조 혁신 역량을 갖춘 대한민국이 손을 맞잡고 세계 무대로 함께 진출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팩트시트 발표가 다소 지연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세부 내용에서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핵추진잠수함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합리적 목소리를 내면 좋은데 빨리 합의하라, 빨리 못하면 무능한 것 이런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상황들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익에 관한 한, 대외적 관계에 관한 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또는 실패하기를 기다려서 공격을 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그런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비록 한미 통상 및 안보 협의가 매듭지어졌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우리는 이번 한미 협상 과정에서 보여줬던 담대한 용기와 치밀한 준비,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우고 국익을 지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유능한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외교 지평을 보다 넓히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며 세계를 연결하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글로벌 선도국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래산업 전장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면서, "인공지능 세계 3강이자 아시아의 인공지능 수도로서 국제사회와 함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공동번영을 모색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은 언급하며 역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그간 어려움을 겪던 한중 관계가 개선될 전기가 마련됐다"며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냉험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근거없이 배척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또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실사구시적인 자세"라고 실용외교를 재차 강조했다.

이어 향후 국제질서가 훨씬 빠르고 심대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동맹국과 우방국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고 외교 지평을 넓혀나가야 한다. 국제사회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