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실업률 하락? KDI "구직 포기 청년 늘어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애초 구직활동 해야 실업자로 분류…아예 구직 포기하면 통계상 실업자에서 빠져
별다른 사유 없이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 10년새 급증
특히 20대 생산가능인구 중 쉬었음 비중은 3.6%에서 7.2%로 2배나 늘어
"낮은 실업률=고용 여건 개선 아냐…양질 일자리 창출 노력하고, '쉬었음' 인구 심층 분석 필요"

연합뉴스연합뉴스
최근 실업률이 하락한 까닭에는 일자리를 찾을 의욕을 아예 잃은 청년들이 늘은 탓도 있는 만큼, 실업률 지표가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용 여건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6일 발표한 KDI 현안분석 보고서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에서 최근 저조한 성장세에도 실업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경기와 실업률 간의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직전 3%대 중후반에 있던 한국의 실업률은 코로나19 충격이 가시기 시작한 2021년부터 빠르게 하락해 2% 중후반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김지연 연구위원은 일자리와 구직자 간의 매칭 효율성이 증가하거나, 구직자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두 가지 경우 모두 실업률이 하락한다고 짚었다. 애초 통계를 작성할 때 지난 4주 내에 구직활동을 한 경우에만 실업자로 분류되고,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가사·육아를 맡거나 학업, 건강 문제 등의 사정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구체적인 사유 없이 취업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포함된다. 김 연구위원은 일할 의향은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이들이 '쉬었음' 인구에 포함되는 점을 감안해, 쉬었음 인구 증가세에 주목했다.

실제로 2005년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의 3.2%(123만 명)에 불과했던 '쉬었음' 인구는 2015년 이후 증가세가 크게 확대돼 올해는 생산가능인구의 5.6%(254만 명)가 '쉬었음' 상태에 들어섰다.

한 국립대 캠퍼스 내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 현수막이 걸려있다.한 국립대 캠퍼스 내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 현수막이 걸려있다.
또 같은 기간 20대 생산가능인구가 694만 명에서 575만 명으로 17% 감소했는데, 20대 '쉬었음' 인구는 오히려 25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64%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05년 생산가능인구 대비 3.6%였던 20대 '쉬었음' 인구의 비중은 올해 7.2%로 2배나 뛰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근로연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의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잠재성장률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됨에 따라 정규직 취업 경쟁이 격화된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대 '쉬었음' 인구 중 30.9%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통학⋅취업준비'로 분류돼, 사실상 구직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구직자층의 증가세마저 정체된 점도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의지 자체가 약했진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물론 디지털 구인구직 플랫폼이 확산되는 등, 구직자와 일자리의 매칭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기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에도 실업자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김 연구위원의 추정에 따르면 2015년부터 10년간 일자리 매칭효율성은 약 11%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4일 마포구청에서 일자리 박람회 및 청년 창업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4일 마포구청에서 일자리 박람회 및 청년 창업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쉬었음 인구 비중의 증가세와 매칭효율성의 증가세가 각각 현실보다 완만했을 경우를 가정해 비교하면, 20대의 구직 포기 증가는 2015년 대비 2025년 실업률 하락폭 0.9%p(3.6%→2.7%)의 45~71%를, 매칭효율성 개선은 23~45%를 설명해 구직을 포기한 경우가 실업률에 더 큰 하방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김 연구위원은 위의 두 요인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없었다면 실업률이 현재보다 0.6%p 이상 높았을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낮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현상에는 매칭효율성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근로연령층의 구직 의향 감소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며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한편 산업수요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교육 체계를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 비구직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지원 체계의 보다 면밀한 설계를 위해 '쉬었음' 인구의 증가에 대한 추가적인 심층 분석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