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수개월째 인사가 밀리면서 뒤숭숭해진 경찰 내부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재판에 더욱 술렁이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경찰 내 인사 청탁 흔적이 속속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경찰청 내부에서조차 뒷말이 나오는 분위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그 주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여러 명이 전씨 측으로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특검에 따르면 전씨는 브로커에게 '총경 만들 사람의 프로필을 달라'는 말을 먼저 했고 실제 몇몇 프로필도 넘겨받았다. '특정 인사를 반드시 승진시켜야 한다'라거나 경찰청장 후보자 추천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인사청탁 정황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전씨의 재판에서 공개됐다. 전씨와 사업가 김모씨 사이 주고받은 문자나 대화가 법정에서 현출된 것이다.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에는 인사청탁이 이뤄진 경찰의 실명도 거론된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8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특검이 김건희씨 어머니 최은순씨가 운영한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경찰 인사 관련 문건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문건에는 총경과 경정급 경찰관 4명의 이력과 프로필이 담겼다.
이 사안은 앞서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가 이뤄졌다. 김동권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선 하반기 정기인사가 수개월째 미뤄진 것과 이런 인사청탁 뒷말이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경무관급 전보 인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통상 8월쯤이던 일선 경찰서장과 주요 보직 인사가 3개월 넘게 늦어지고 있어 조직 내 인사 피로감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에 오르거나 영전한 인물들의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인사 판을 고려하다 보니 인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물갈이 기조는 앞서 경무관급 인사에서도 현실로 나타났다. 경찰은 전체 경무관 83명 중 절반 이상인 51명의 보직을 바꿨다. 수도권 수사와 경비 지휘라인이 대거 교체됐다.
게다가 3년 전 경찰국 신설에 반발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총경회의 참석자들의 명예회복 조치가 이번 정부에서 이뤄지는 것은 확정적이다. 경무관급 전보 인사 때 서울경찰청 내 수사 요직 3자리 중 2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둔 것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있을 승진 인사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총경급 인사가 미뤄지다 보니 조직 내부 분위기나 정책 추진 동력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전 정권 때 영전한 인사가 한직으로 밀리고 그 반대의 경우 되살아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