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울음을 참고 있다. 김수진 기자"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진상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6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생존 피해자 분들, 목격자 분들, 특조위의 조사 신청을 해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그날 보신 것 겪으신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곧 진실의 목소리입니다.
지난 3년간 그것이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송해진 운영위원장(고 이재현군 어머니)은 25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 인사말을 통해 슬픔을 딛고 연대의 힘으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결의에 찬 어머니의 모습으로 단상에 오른 송 위원장은 아들을 포함한 모든 희생자의 지난 꿈과 희망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송 위원장은 "2022년 10월 29일, 159명의 이태원을 향한 이들에겐 159개의 꿈과 희망이 있었다"며 "이날 159개의 꿈은 사라졌고, 159개의 미래는 멈췄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아이를 잃은 슬픔과 싸워야 했다.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던 정부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향한 2차 가해도 이어졌다"며 "외국인 유가족들은 더욱 참담했다"고 호소했다.
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한국 정부로부터 연락과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먼 이국땅에서 홀로 슬픔을 견뎌온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의 울음 섞인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호주인 그레이스 라쉐드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는 "사랑하는 저의 딸 그레이스를 이태원 참사로 잃은 지 3년이 되었지만 아픔은 아직도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며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저희는 두려움이나 편견, 외압 없이 온전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그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그리고 법무와 행정 관련 장관들의 책임에 대해서 그리고 철저하고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모든 협조를 다 할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란인 희생자인 아파크 라스트마네시의 어머니인 자흐라 레자에이는 "이란의 아들딸들은 이곳 대한민국에서 성장하고 기회를 얻어 평안과 희망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했지만, 법의 구제와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이들의 잘못으로 희생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그들이 떠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추모대회는 참사 당일인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다중 밀집 관련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시각인 오후 6시 34분부터 시작됐다.
희생자 전체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린 영상과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겠다고 외치는 호명식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붉어진 자기 뺨을 어루만지거나 서로를 다독이며 울음을 참아냈다.
정부를 대표해 추모위원장 자격으로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공동 주관 주최 측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습을 보였다. 10·29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송기춘 위원장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 등도 동석했다.
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김 총리는 추모사에서 "이태원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공적 책임과 공적 안전망의 붕괴가 불러온 참담한 재난"이라며 "며칠 전 정부의 합동 감사를 통해 사전 대비 미흡과 총체적 부실 대응이 참사의 원인이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상 규명은 미흡했고, 징계는 부실했다.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계속 할 것을 정부를 대표해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묵념을 하는 모습. 김수진 기자이날 행사에 앞서 처음으로 정부의 초청을 받아 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유가족 40여 명은 오후 1시부터 헌화와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9명을 기리는 의미로 이날 오후 1시 59분부터는 4대 종교(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의 추모 예배가 이어졌다. 이후 유가족들은 오후 2시 40분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출발해 삼각지역, 용산 대통령실, 서울역을 지나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추모의 마음을 담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광장에는 기억 물품 제작소, 추모 메시지 적기 부스는 물론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등 정당에서 마련한 참여 부스도 운영됐다. 여러 재난 참사 피해 유가족의 연대도 이어졌다.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동참했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 조사 신청 및 제보 접수'를 받는 부스를 마련했다.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이태원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 풍선과 팔찌·스티커를 받아 가거나 조용히 묵념하며 희생자를 위로하는 시간을 보냈다.
추모대회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보랏빛 조명이 켜진 서울광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3천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는 참사 3년 만에 처음으로 유가족 단체와 정부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