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박수민, 필리버스터 '17시간 13분'으로 종료…최장기록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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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최장기록도 본인이 세운 '15시간 50분'

與측 '발목 잡기' 주장 반박하며 반대토론 개시
"尹때 정부조직 개편에 넉달, 지금은 열흘 걸려"
본회의 참관 초등학생들 바라보며 눈물 보이기도
"제가 해보니…미래세대 향한 기대 없인 힘든 일"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전술인 '필리버스터'가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간간히 화장실만 다녀오며 밤을 꼬박 지샌 주인공은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초선·서울 강남구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에 나선 박 의원은 26일 오전 11시 43분을 기해 장장 17시간 13분 간의 무제한 토론을 마쳤다. 앞서 그는 전날 오후 6시 반쯤부터 필리버스터를 개시했다.
 
종전까지 가장 긴 무제한토론 발언도 박 의원 본인이 지난해 8월 '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골자로 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을 저지하고자, 세운 기록인 '15시간 50분'이었다.
 
박수민 의원은 처음부터 정부조직 개편이나, 이번 법안의 핵심인 '검찰 개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당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공격한 민주당측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박 의원은 토론 초반에 "윤석열정부는 딱 3가지의 아주 간소한 개편안을 내놨다"며 "여야 합의로 추진하지 않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빼고, '재외동포청 신설·국가보훈부 승격' 2건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넉 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금번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부·여당의 조직개편안은 총 13개 항목에 걸친 방대하고 심대한 항목인데, 얼마 만에 통과를 시도하는지 아나. (고작) 열흘"이라며 "저는 이 산수(算數)부터 말씀드리고 싶다. 발목을 잡고 싶어도 잡을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정의 입법 추진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짚은 것이다. 박 의원은 "이렇게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시쳇말)가 아니라 '날정너'냐"며 "최소한 상임위 토론이라도 있었다면 무제한 토론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정부조직 개편에 이토록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것이다. 동시에, 법안의 일부 내용에는 공감한다는 뜻도 적극 피력했다.
 
이틀째 이어진 반대토론 도중 본회의를 방청하러 온 초등학생들과 마주하면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토론시간이 약 15시간 30분 가량 경과한 시점인 오전 10시쯤, 우원식 국회의장이 자신의 필리버스터를 보고 있던 초등학생들을 소개하자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은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이 학생들을 바라보며 "우리 미래세대가 오시니 제가 밤새워 (토론을) 해서 조금 컨디션이 낮아지다가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정치란 게 제가 해보니 진짜 미래세대에 대한 기대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힘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자녀만 다섯인 '다둥이 아빠'임을 밝히며 "제 아이들한테 꼭 얘기하는 '5 대 5 원칙'을 여러분한테도 전달하고 싶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부모님이나 윗분들의 얘기를 전혀 듣지 말지도 말고, 다 듣지도 말고, 반(半)만 들어라"며 "그분들은 지금까지의 시간을 살아오신 분들이고 여러분은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시간을 살아갈 분들"이라는 조언도 건넸다.
 
아울러 "저희가 지금 그렇게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하고 있다면 이렇게 밤새워 토론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도 내비쳤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이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박 의원의 '선전'에 지도부는 고무된 모양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잠도 안 자고 밤을 지새우며 세운 기록이다. 정말 대단하다"며 "투혼을 불사른 박 의원에게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또 "박 의원님 말대로 우리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정치의 근본은 '미래세대를 위한 좋은 나라'를 만들어 물려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재명 정권의 정부조직 졸속개편에 반대하는 이유도 결국 미래세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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