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14일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겨냥해 김여정 등 주요 지도부가 다소 이례적인 동시 담화를 발표하며 경고성 압박에 나섰다.
북한은 특히 전임 한미 행정부 때 시작된 '프리덤 에지' 등 훈련을 '위험한 구상'이라 문제 삼으며 결별을 요구했다. 이들 훈련 중단이 대화 재개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잘못 고른 곳에서의 힘 자랑질은 분명코 스스로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는 제목의 담화를 실었다.
이는 15~19일 예정된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도상연습(TTX) '아이언 메이스'(철퇴)와 한미일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를 지칭한 것으로, 김 부부장은 "이전 집권자들이 고안해낸 위험한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구상을) 현 집권자들이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공감하고 실시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명백히 반공화국 대결적 자세의 여과없는 '과시'로, 대결정책의 '계승'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통신은 전날 별도 논평에서도 같은 주장을 펴며 프리덤 에지 등을 윤석열, 조 바이든, 기시다 후미오 등 한미일 전임 정부의 산물이었다고 규정하고, 3국 정상이 교체된 뒤에도 3각 군사공조라는 낡은 정책유산은 변함없이 계승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일의) 무모한 힘 자랑질은 분명코 스스로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며 비교적 짧은 담화를 마쳤다.
박정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담화에서 거의 같은 주장을 폈다. 다만 분량이 다소 길고 위협의 강도도 높아졌다.
그는 "만약 적대세력들의 힘 자랑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 그에 대한 우리의 맞대응 행동 역시 보다 명백하게, 강도높이 표현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며 "우리 무력은 전쟁 억제, 주권 사수의 중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이날 담화는 추가적 경고 메시지 성격으로서 수위가 조절됐지만 향후 군사적 행동에 대한 명분 쌓기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7월 29일 담화에서도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출로를 마련하라며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추후 합당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10일 북한 당창건 80주년 열병식 등을 계기로 화성포 20형(ICBM) 등 무력시위 가능성이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국방발전 5개년 계획 마무리 장식용이자 9차 당대회 축포용, 대미 압박용으로 연내 화성포 20형 시험발사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유엔총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계기를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만약 북한이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재개한다면 지난해 10월 31일 신형 고체추진 ICBM 발사 이후 약 1년만이자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첫 번째가 된다. 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담화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대화, 평화공존 의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감에서, (프리덤 에지 등) 훈련 지속을 '대결 정책 계승'으로 규정하고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