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식당에서 걸치고 있던 얼룩진 앞치마 그대로인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의 품에는 천으로 만들어진 케이지가 매달려 있다. 그 안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 있다.
여자가 일하는 곳은 'Y식육식당'이다. 이곳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인기 있는 소고기 식당이다. 여자는 브레이크타임을 이용해 동물병원을 찾은 것이다.
"빵꾸 똥꾸 왔네! 아이고, 그새 많이 컸구나!"
동물병원 원장이 새끼 고양이를 알아본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가 케이지의 열린 지퍼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연한 갈회색에 검은 털이 나뭇잎 무늬처럼 수 놓인 녀석이 '빵꾸'다. 같은 빛깔인데도 미간과 볼 그리고 턱 아래의 털이 하얀 녀석은 '똥꾸'다. 원장은 새끼 고양이에게 백신 주사를 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고양이를 데려온 여자는 키가 작고 얼굴이 동그랗다. 눈가에 주름이 잘잘한데 60대 후반쯤으로 보인다. 여자는 식당 주인이 새끼 고양이를 유기묘센터로 보내야겠다는 한마디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여자가 원장에게 들어보라는 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밤새 폭우가 내린 날이었는데, 출근해 보니 주먹만 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라면박스 안에 보이는 거예요. 아이고! 너무 귀엽고 예쁜 것들!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주인 할머니가 그러는데 얘들이 새벽에 식당 문 앞에 놓여있더래요. 건너편 옷가게 주인이 마침 새끼 고양이를 라면박스에 넣어온 사람과 마주쳤는데, 불어난 흙탕물에 떠내려가는 새끼 고양이를 건졌데요. 다섯 마리나요.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다 잘못되고 얘들 둘만 살았다면서…… 식육식당 주인 할머니가 주변 길냥이들 돌보는 걸 알고 데려온 거라고 하더래요.
그런데 낮에 아들 사장님이…… 그 아들이 실제 주인이거든요.(한차례 기침을 한다) 식당에서 어떻게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냐고, 그러면서 얘들을 유기묘센터로 보내겠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자는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고 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처음 본 주먹만 한 새끼 고양인데…… 그새 얘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고 했다. 아직 이름도 없는데…… 내일 출근하면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고 이름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온 그밤, 낮에 본 두 마리 새끼 고양이 때문에 잠을 설쳤어요. 눈을 감으면 구슬 같은 갈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보이다 말다 했거든요. 꼬물거리는 두 귀와 공처럼 구르는 몸이 손에 만져질 듯 환했어요.
날이 새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갔어요. 동물병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두 마리 새끼 고양이를 케이지에 담아 가서 기다렸어요. 원장님도 아시잖아요? 백신 주사를 맞히고 사료와 간식도 샀어요. 얘들과 있는 것이 너무 신나고 좋았어요. 생기가 돌고 뭔가 기운이 살아 있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여자는 결심을 내릴 때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를 자기가 데려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사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어떤 사정인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집에서는 키울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다고 했다.
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아들 사장이 새끼고양이를 유기묘센터로 보내기로 한 날, 여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했다. 마음은 아프고 슬프지만 울지 말아야지. 어린 고양이들이 놀라면 안돼니까.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였는데,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어요. 녀석들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요. 얼마나 불쌍해요…… 폭우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던 새끼 고양이였는데…… 이제 누가 알겠어요? 잘못될지도 모르잖아요? 누군가 눈에 들어 입양되면 모를까. 너무 슬퍼서 그만, 또 울고 말았어요.(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참아야 했는데……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주인 할머니가 아들 사장하고 벌써 나와 있더라고요. 그런데 내 눈에는 두 마리 새끼 고양이만 보이는 거예요. 에구! 녀석들 까부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또 쏟아지는 거예요. 오늘이 마지막이잖아요.
아들 사장님이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새끼 고양이가 있는 라면박스 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리고는 마치 '잘 기억하라'는 듯, '알겠나는 듯'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나도 따라서 끄덕였어요. 그랬더니 출석부 이름을 부르듯 두 마리 새끼 고양이를 차례로 부르는 거예요. 밥주걱 같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꼭 감싸면서요. 빵구! 똥꾸!"
여자는 그만 펑펑 소리 내어 울었다고 했다. 물에 떠내려가던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자기의 전부였으니까.
"누구나 한 번쯤은 물에 떠내려갈 때가 있잖아요. 누군가 건져주지 않았으면 끝장날 뻔한 때가 있잖아요.(수줍게 웃는다) 요 녀석들은 주인 할머니하고 삼층에 살아요. 얘들이 먹을 사료라든지 간식, 병원 약값하고 치료비는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어요. 그래야 내가 편하거든요. 식당 종업원이지만 나도 엄연히 얘들 엄마니까요."
여자는 케이지의 지퍼를 닫고 식당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른다. 'Y식육식당'의 브레이크타임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빵꾸'와 '똥꾸'가 장난을 하는 바람에 여자의 품에 매달린 케이지가 흔들린다. 여자의 잘잘한 눈가 주름이 고양이의 줄무늬 털을 닮아 부드럽게 꿈틀거린다.
- 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