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데이터센터,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지는 않는다?[노컷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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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AI가 우리 일상을 바꿨다. 편리함에 빠져드는 사이, 지구는 더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인공지능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추적했다. 막대한 전력 소비부터 전자폐기물 급증까지, 편리함 뒤에 숨은 기후위기를 객관적 자료로 검증한다. AI 중독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9편에 걸쳐 파헤쳐본다.

[AI 패러독스:편리함 중독, 빨라진 기후위기⑧]
빅테크 기업들, '100% 재생에너지' 운영을 앞세워 홍보
그러나 실제 운영은 연간 매칭 기반으로 실시간과는 차이
데이터센터는 화석연료와 혼합 운영되며 전력망 부담 가중
기술적 대안은 있으나 CF100 달성은 아직 제한적 현실
판정 결과, '절반의 사실'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데이터센터.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데이터센터.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알아서 척척' AI챗봇, 웹 검색보다 전력 10배 더 쓴다?[노컷체크]
②데이터센터 하나가 도시 하나만큼 전력을 쓴다?[노컷체크]
③AI가 학습할 때 내뿜는 탄소배출량은 사람의 10배다?[노컷체크]
④AI가 사람 대신 일하면 탄소배출 3천배나 줄일 수 있다?[노컷체크]
⑤수만 가구가 사용할 물, 데이터센터가 사용한다?[노컷체크]
⑥AI 영상 기술 확산으로 전자폐기물 배출 증가한다?[노컷체크]
⑦AI 효율화로 온실가스를 줄여왔다?[노컷체크]
⑧빅테크 AI 데이터센터,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지는 않는다?[노컷체크]
(계속)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세계적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홍보하고 있다. '넷제로', '탄소중립',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용어가 마케팅 문구처럼 쓰인다. 국내 빅테크 기업 네이버도 RE100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RE100 선언은 실제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할까?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국가 전체 에너지의 20% 잠식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는 국가라고 한다면 미국, 네덜란드, 아일랜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은 IT기업의 밀집지역, 네덜란드는 법인세 혜택 그리고 아일랜드는 서늘한 기후조건으로 데이터센터가 밀집해있다.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연산으로 생긴 열을 식히는 냉각 장비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보통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30% 정도가 냉각 장비에 들어갈 정도다. 팬으로 열을 식히는 상당수의 데이터센터 구조상, 외부의 차가운 공기는 냉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열을 냉각시키는 모습.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데이터센터 내부의 열을 냉각시키는 모습.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
이러한 지리적 이점때문에 아일랜드에 수많은 데이터센터들이 지어졌고 앞으로도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막대한 에너지는 국가 에너지 구조에 영향을 미칠만큼 커졌고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데이터센터와 친환경에너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나라가 됐다.

아일랜드 국민이 체감하는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은 그 온도가 다르다. 지난 2023년, 아일랜드의 일반 가정 전기요금이 급등하던 시기,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소비의 약 18%를 차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전 사태 우려가 현실로 대두되며, "(데이터센터가)재생에너지를 쓰고 있다는데 왜 국가 전력망은 더 불안정해지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사회적 이슈가 됐다.

앤드루 파넬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기후 및 날씨 데이터 과학 교수. 더블린=장윤우 기자앤드루 파넬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기후 및 날씨 데이터 과학 교수. 더블린=장윤우 기자
앤드루 파넬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기후 및 날씨 데이터 과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기형적인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에 대해 "아일랜드에는 80여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생겨날 예정으로 이들이 국가전력망의 20%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매우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넬 교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 최적화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책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탄소발자국 등 각 요소의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공학적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AI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은 이것이 우리 삶의 대부분에서 쓰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단,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을 최적화시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의견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데이터센터가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지는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RE100과 CF100, 무엇이 다른가


빅테크 AI 데이터센터가 재생에너지로 100% 운영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선 우선 기업들이 말하는 '100% 재생에너지'의 정의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을 1년 단위로 재생에너지 구매량과 사용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친환경 에너지가 생산되고 그 가격을 지불해 에너지를 확보한 후 해당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이상적인 방식의 에너지 사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빈틈이 존재한다.

아누즈 파타니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병렬 컴퓨팅 시스템(PCS) 그룹 조교수. 암스테르담=장윤우 기자아누즈 파타니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병렬 컴퓨팅 시스템(PCS) 그룹 조교수. 암스테르담=장윤우 기자
아누즈 파타니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병렬 컴퓨팅 시스템(PCS) 그룹 조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맹점은 제 3자에 의한 감시가 아닌 자발적 보고라는 점이다"라며 "유럽에는 이러한 수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강력한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센터가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이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재생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예정이었던 다른 기업, 일반 가정 등 다른 곳에서 결국 화석 연료로 발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돼 국가 전체로 바라보면 에너지의 그린워싱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 데일리 코크 대학교 지속 가능 에너지 시스템 교수. 코크=장윤우 기자한나 데일리 코크 대학교 지속 가능 에너지 시스템 교수. 코크=장윤우 기자
한나 데일리 코크 대학교 지속 가능 에너지 시스템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일랜드의 탄소 예산과 관련된 데이터센터 (Data Centers in Relation to Ireland's Carbon Budgets)'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2015년부터 매년 22.6%씩 증가하면서 아일랜드의 총 전력구조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아일랜드의 부문별 전력수요 그래프. 데이터센터는 2015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아일랜드의 탄소 예산과 관련된 데이터 센터 (Data Centers in Relation to Ireland's Carbon Budgets)' 연구 보고서 캡처아일랜드의 부문별 전력수요 그래프. 데이터센터는 2015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아일랜드의 탄소 예산과 관련된 데이터 센터 (Data Centers in Relation to Ireland's Carbon Budgets)' 연구 보고서 캡처2017년부터 집계된 아일랜드의 풍력발전 에너지(파란색)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빨간색) 그래프. 2022년에 추월당해 2023년에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아일랜드의 탄소 예산과 관련된 데이터 센터 (Data Centers in Relation to Ireland's Carbon Budgets)' 연구 보고서 캡처2017년부터 집계된 아일랜드의 풍력발전 에너지(파란색)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빨간색) 그래프. 2022년에 추월당해 2023년에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아일랜드의 탄소 예산과 관련된 데이터 센터 (Data Centers in Relation to Ireland's Carbon Budgets)' 연구 보고서 캡처
또한 풍력 에너지의 추가 전력생산량과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량 비교에서는 2017년부터 점차 상승하던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량이 2022년 추월했고 2023년에는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데일리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가 단순히 수요 증가로만 충족된다면 화석연료 사용량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마치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점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운영을 홍보하던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에서는 데이터센터 주변에 친환경 발전 시설을 신규 설치하고 그 발전량으로 대응하면서 전력수요를 보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치 못하다.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이터센터들은 결국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적극적으로 체결하게 된다. 여기서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선언에 따른 에너지 확보를 할 수 있고 전력기업은 막대한 에너지 판매로 더 많은 친환경 발전시설의 구축을 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구매에는 전력수요의 불균형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특유의 남다른 사정도 한 몫 한다.

풍력 발전량이 부족할 때 자체 발전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의 모습.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풍력 발전량이 부족할 때 자체 발전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의 모습.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연산체계가 가동하는 구조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편차가 존재한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해가 떠있을때만 가능하고 풍력발전의 경우 바람이 불지 않을땐 발전을 할 수 없다. 즉 각 발전체계마다 24시간 100%의 발전량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점 때문에 대부분의 데이터센터에는 백업 전력 확보계획이 세워져 있어 에너지 저장 장치(ESS), 또는 석탄 또는 가스를 활용하는 화력발전시설을 구축해 백업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아닌 다른 전력을 사용하는 전력구조라고 하더라도 RE100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실제로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쓰더라도,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통해 총량을 맞추면 RE100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데일리 교수는 "기업들이 말하는 '100% 재생에너지'는 보통 '연간 기준 매칭'이다. 이것은 시간대별로는 여전히 탄소 기반 전력을 쓸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풍력발전시설이 가동중인 가운데 화력발전시설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 암스테르담=최원철 기자풍력발전시설이 가동중인 가운데 화력발전시설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 암스테르담=최원철 기자
이와는 대조적으로 CF100(Carbon-Free Energy 100%)은 24시간, 365일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 등 일부 기업이 시도하고 있는 이 모델은 기술적, 지역적 한계를 갖고 있다.

아누즈 조교수 또한 "많은 기업들이 CF100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달성한 곳이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연간 기준 재생에너지 구매로 100%를 맞춘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RE100 가입 기업인 네이버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한다. 네이버측은 "현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태양광을 일부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전력 및 제3자 PPA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을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0% 재생에너지 운영 여부에 대해서는 'PPA로 약 5% 달성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100% 재생에너지 운영'이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대체의 구조적 한계…기술적 대안은 존재하나, 구현은 제한적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장윤우 기자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장윤우 기자
이러한 재생에너지 대체에 대한 맹점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RE100은 실시간 운영이 아닌 회계기준 매칭이다. 즉, 기업이 특정 시점에 석탄 발전 전기를 쓰고, 다른 시점에 태양광 발전 인증서를 사서 연간으로 맞추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구조에서는 전력망의 실제 탄소 배출량 감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장윤우 기자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장윤우 기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때문에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필요로 하는 설비에는 보완적 자원이 필수다. 그런데 이 보완이 화석연료라면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100% 재생에너지'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가스발전, LNG발전 등과 혼합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와 화석발전 에너지 혼합 사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소연료 전지, 지역 분산형 전원 구축 등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구글이 매년 발표하는 최신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자사 데이터센터에 인공지능 기반 전력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수요 조정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아직 비용이 높고, 모든 지역에 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아누즈 조교수는 "AI 전력 사용의 지속가능성을 말할 때, 반드시 지역의 전력 구조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는 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RE100의 한계와 진정한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과제


많은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연간 기준의 재생에너지 구매를 통해 맞추는 방식이다. 실시간으로 탄소 배출 없는 전력을 사용하는 'CF100' 모델은 아직 극소수 사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전력과 혼합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빅테크 기업들의 'RE100' 선언이 반드시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일랜드 사례에서 보듯이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전력 수요 증가는 국가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를 통한 '회계적 탄소중립'과 실제 전력망에서의 '물리적 탄소중립'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진정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단순한 RE100 달성을 넘어 CF100 모델 도입, 에너지 효율성 개선, 그리고 지역별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AI 패러독스:편리함 중독, 빨라진 기후위기] 사용할수록 편리한 AI, 그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환경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AI에게 질문해 보고, 내가 사용한 전력도 확인해 보세요. 아래 링크를 클릭해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접속!
https://m.nocutnews.co.kr/story/S250715/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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