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남해군 서면 서상리.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상남도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10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청년이 순유출했다. 남해=최보금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지방소멸 위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멈추지 않는 '인구 블랙홀' ②"지방엔 아무것도 없다", "서울공화국이 문제다"…어디까지 사실일까 ③'교도소'라도 유치해야 할 판…'지방 일자리' 위기, 청년이 없다 ④"지자체 절반 소멸" 한국도 日 따라가나…해답은 '지방'에 있다 (계속) |
"서울, 도쿄 등 수도로 젊은 층이 이동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와 함께 '수도권 집중'이라는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지방소멸'이라는 용어를 만든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최근 인구 위기를 주제로 한 국내 포럼에 참석해 또다시 비관적 미래를 전망했다. 10년 전 '마스다 보고서(2014)'를 통해 "2040년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이 사라진다"며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던 그는
한일 공통 문제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들인 노력에도 인구 감소를 멈추지 못했다"며 변함없는 도쿄 일극 체제와 뒤늦은 저출산 예산 확대를 꼬집었다.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수도권 집중화'가 각종 생활비의 증대로도 이어져 저출산 현상을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 사회도 당면한 인구위기 문제 가운데 지방소멸과 저출산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소멸 막으면 인구위기 해결?…인구이동 영향은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 연합뉴스마스다 전 총무상은 한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짚으며 "단순히 출산율 저하뿐 아니라, 50년 넘게 지속된 도쿄 집중 현상이 인구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전체 1700여 개 지자체 중 자립 가능한 곳은 65곳에 불과하다며, 지속가능한 지자체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 연구소와 데이터센터 등 젊은층에게 매력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인구비전으로 2100년까지 인구 8천만 명 유지를 제시하며 △남녀 임금격차 해소와 노동개혁을 통한 청년·여성 친화적 사회 구축 △인구감소 시대에 맞는 사회보장제도 개혁 △도쿄 일극집중 해소 △범국민적 운동 전개 등 4가지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지방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지방경제는 쇠퇴하고 있으며 사회 서비스 제공에도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지방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위협받는 실정이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방의 인구유출은 해당 지역의 출산율을 더욱 낮추는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전국적인 인구감소로 이어진다"며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 노동시장의 경쟁을 가열하고 주거비, 교육비 등 각종 생활비의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저출산 문제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용 안정성, 노동시간, 주거비용, 교육비 부담, 자녀에 대한 가치 부여,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요인들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인구 감소를 완화할 수 있으며, 지방소멸을 방지하는 것도 인구 감소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은 인구이동?
강원도 홍천. 최보금 기자청년 인구의 유출은 지방의 인구 재생산 능력을 저하시켜 지방 인구의 고령화와 자연 감소를 확대한다. 특히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의 출생률이 지방에 있을 때보다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수도권은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상승하는 주택 가격과 생활비의 상승, 경쟁 심화,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수도권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더 적게 한 탓"이라며
"결과적으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감소를 가속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구이동으로 인한 '지방소멸'도 인구감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구의 대략 80%는 15~34세의 청년 계층"이라며 "청년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큰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도
"인구이동으로 인한 지방소멸은 인구감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향을 떠나 타 지역으로 가게 되면 주택, 직장, 아는 사람이 적음 등으로 인해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도 하락한다. 통계나 뉴스를 보면 MZ세대가 서울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반면 결혼율이 가장 낮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한국에서 어떤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첫 번째 요인은 새로 생기는 직업이며 두 번째 요인은 교육환경"이라며 "서울을 제외한 경기도에서 매년 새로 생기는 직업의 50% 이상이 만들어진다 인구 100만이 넘어가는 지자체 용인시, 수원시, 성남시, 화성시가 경기도 특히 경기남부에 위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소멸과 인구문제에 대한 선후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현승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인과 결과가 혼동된 것이며 지방소멸을 막는다고 인구가 늘어날리 없다"며
"인구가 늘어나야 지방소멸을 막는 것으로 원인과 결과가 반대"라고 밝혔다.
이어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 인프라가 열악한 것이지, 옛날보다 더 나빠진 건 아니"라며 "과거 도농간의 격차와 지금 도농간의 격차는 훨씬 줄었고, 과거 지방을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도시 간 '빈익빈 부익부' 심화…"남녀 몰아넣어도 인구 증가하지 않아"
여의도 아파트. 박종민 기자'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는 앞으로 인구감소, 지방재정 악화 등으로 행정환경이 일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며 지난 1월 22일 '지방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내놓았다. 미래위의 '행정환경 변화와 미래 전망'에 따르면 2020년 감소 추세로 돌아선 인구는 2052년 4627만 명까지 줄어들고, 비수도권 광역시 인구의 경우 약 25%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인구가 크게 줄어들어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오히려 강화돼 2052년 총인구의 53%, 청년 인구의 58%가 수도권에 밀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위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경쟁 심화, 주거·고용 불안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205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 비수도권 '도(道)' 인구의 46.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농촌과 소규모 도시는 소멸위험이 커지는 반면 2040년 기준 인구 20만~100만 명 규모인 중·대도시 인구는 오히려 5% 이상 늘어나는 등 도시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미래위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완화에 기여하고, 인구구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지방소멸 대응책이 단순 인구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뚜렷한 정책이 없었다면서
"인구는 남녀를 몰아넣어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접근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구이동으로 인한 지방소멸은 궁극적으로 인구감소에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것은 인구이동이 일어나게 될 사유가 있어야 하며, (지방소멸을 막으면) 통상적으로 유의미하게 인구감소를 완화시킬 것"이라며 "(지방소멸 대응책이) 인구측면이라면 인구감소완화에 영향을 줄 것이지만, 이런 정책은 사회적인구증감 측면이다. 자연적인 것은 고령인구의 사망으로 자연인구는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희 한국지역개발학회 이사도 "서울 집중화 현상이 저출산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인구감소 완화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지속·확산 가능한 혁명적인 정책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인구 증가 정책이 아닌
삶의 질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접근이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이라는 조언이다.
K-지방소멸대응책 효과는?…"현상유지가 대부분"
연합뉴스기존 지방소멸 정책이 인구 유입이나 출산율 증가에 일부 효과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생활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고, 정책의 지속성과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정부연구 제28권 1호에 실린 '인구감소지역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성과와 예산집행률 간 관계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부터 연 1조 원 규모로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시작한지 3년차가 지나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 말 기준 전체 집행률은 26.1%로 매우 저조했다. 기금 규모나 사업 수가 많을수록 집행률이 더 떨어지는 경향도 보였다.
이제승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실제로 지방소멸대응예산을 지방에 분배하는데 예산집행 내용을 보면, 새로운 기획을 통해 지역소멸을 해결하기 보단 현상유지가 대부분"이라며 "기존에 있던 시설물들을 관리하고 매년 진행하는 축제를 진행하는 등으로 예산들이 쓰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지방에 보조금을 주던 게 지방소멸대응예산으로 이름이 바뀌어 지급되는 수준이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진행되는 정책으로 각 지방에 지급되는 교부금들은 소모성이 크다"며 "지역별로 투자를 해야 하는 방향성도 다르고 찾아내야 할 이슈들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 정책이 지속성과 확장 가능성을 가지려면 젊은 인구 유입과 양질의 직장이 필수적이라면서 '인구의 양'이 아닌 '인구의 질'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