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표가 드리운 그림자, 그 속에 민생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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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푸르게 보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푸르게 보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이 사는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까지 20주 연속 상승했다. 서민들의 급여는 20주 연속 상승했을까. 지난해 12월 초부터 윤석열 세력의 내란이 반년을 이어지는 동안 가공식품 물가가 70여개 품목 중 무려 50여개 항목이나 치솟았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그 기간동안 나아졌을까.
 
의식주 모두 가격이 오르기만 한다. 누군가가 땅을 가졌다는 그 동네로 고속도로가 휘고, 누군가가 가졌다는 주식 가격이 하염없이 오르고, 누군가가 국고보조금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동안, 나머지 서민들은 얼마나 잘 살게 됐나 궁금할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2.6%만 상승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매긴 소비심리도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여 5개월만에 100을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가스·수도요금, 대중교통비 등 생활물가는 줄줄이 상승할 공산이 크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이 땅에서 절대적으로 원료 수입량이 많으니 어쩔 수 없을 테다.
 
지표에 가려진 체감물가가 고공 행진하면 서민들은 지갑을 조일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게 되고, 그럴수록 내수는 침체되고 경기는 발목 잡힌다. 외식도 여가도 쇼핑도 줄이고, 필수 지출만 하려는, 모두가 허덕이는 세상이 되고 만다.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미 202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에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1.17배, 독일보다 1.37배, 미국보다 1.56배나 식료품 물가가 높다. 식료품, 외식,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 실질소비가 감소했다는 한은 진단이 일찌감치 나왔다.
 
국민이 힘겨운 국가가 부강할 수는 없다. 국가 공동체가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물론, 당장의 집권세력도 앞날을 장담 못한다. 2023년 튀르키예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70%에 육박하는 바람에, 집권당이 앙카라 등지 지방선거를 참패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같은 해 대선에서 연간 140%에 육박하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영국은 지난해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대패했다.
 
가까운 일본 역시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상실했고, 최근 도쿄도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 성적으로 처참한 지경에 몰렸다. 수년간의 물가 상승에도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아 무능정권으로 낙인찍힌 탓이다. 당장 최근 쌀값이 치솟는 바람에 우리 쌀을 수입해갈 정도로 민생이 파탄났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 TF 출범식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 TF 출범식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주요 외국이 이럴진대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12·3 내란, 트럼프 관세 등 누적된 악재로 서민들 체감물가가 올라 있다. 2022년부터 이미 실질 구매력이 침식당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렇다면 정부도 한국은행도 단순히 CPI 수치만으로 낙관해서는 안된다. 지표에 잡히지 않는 체감물가가 짙게 드리운 그림자는 내수 부진, 경기 둔화, 역성장으로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통계를 넘어선 현실을 주도면밀히 살피고 정책 대응을 펴야 한다. 가려진 민생을 알뜰히 살피는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그나마 24일 여당이 출범시킨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생필품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물가안정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한다. '라면 한 개가 2천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경악하던 대통령의 진심이 발휘돼야 한다. 지표 뒤에 가려진 민생이 부각되는 국가공동체가 구현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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