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사이비 호텔경제학"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며 강공 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법사위원장, 예결위원장 배분 문제를 사실상 연계하면서 이재명 정부에 출범 첫 '협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민생 경기가 워낙 어려워 언제까지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야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취임 2주 만 졸속 추경"…경제 효과·물가 자극·재정 부담 쟁점
정부·여당은 이번 추경안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15~52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원해 내수 진작과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이 민생지원금의 경제적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20일을 기점으로 추경을 통한 현금성 지원에 △내수 진작 효과가 불확실하고 △집값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으며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취임 2주 만에 뚝딱 만든 정부의 졸속 추경안은 민생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수진작 효과, 물가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국가 채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논의해서 중장기적인 경제운용방침을 정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현금 살포식 지원보다는 보다 정밀한 타겟팅과 투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번 추경안을 두고 "정작 저소득층, 차상위층 지원은 전체의 11%에 그친다. '무늬만 선별복지'로 약자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추경안에 포함된 채무 탕감 정책도 쟁점이다. 이미 워크아웃 등 법적 구제 제도가 있음에도 일괄 탕감을 추가로 시행할 경우,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온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은혜 정책수석은 "지원이 꼭 필요한 대상자를 제대로 선별하고, 성실 상환자에게는 인센티브가 더해지는 공정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정부의 이번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1300조 원을 넘어 GDP 대비 49%까지 증가하게 될 거라는 전망과 함께, 장기적인 재정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결국 자식세대의 월급을 부모세대가 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이 법사위·예결위 위원장 맡아야"…협치 첫 시험대
추경안 논의 위해 회동한 여야 원내대표. 연합뉴스예산 심의는 국회 예결위가 맡는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아직 예결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선출이 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에 더해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예결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의 독재 정치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3대 상임위원장의 일부 재배분을 요구했다.
소비 쿠폰의 경제 효과를 비롯해 부동산 가격과 물가 자극 우려, 국가채무 확대 문제 등도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추경안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경제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런 소비 쿠폰 추경으로 기대감이 좀 생길 것 같다"며 "야당도 합리적 추경이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안 심의는 협치의 시험대인 동시에, 이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 철학을 가늠할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23일 다시 만나 원 구성 및 본회의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정부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루 앞선 22일에는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오찬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 정부가 '협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자리로 평가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이 자리에서 원 구성 재협상과 추경안 조정 등을 적극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