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연합뉴스글로벌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 기업 콜마그룹 남매 간 벌이던 경영권 분쟁에 윤동한 회장까지 개입하면서 가족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례 없는 주식 반환 소송까지 더해지며 경영권 분쟁 이슈를 업고 콜마홀딩스의 주가는 반짝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7년 전 '그 약속' 깨지자 父회장이 움직였다…주주 구조 변동성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남매간 다툼에 그칠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가족 전체로 번졌다. 콜마그룹 창업주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장난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을 도로 내놓으라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윤 회장의 분노는 7년 전 '약속'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8년 9월 윤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인 윤상현 부회장에게는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화장품·제약)를, 딸 윤여원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건강기능식품) 경영을 맡도록 하는 3자 경영 합의를 맺었다. 이듬해 윤 회장은 아들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를 증여했다.
그러나 여동생이 맡은 콜마비앤에이치 사업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아들인 윤 부회장은 칼을 빼들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는데, 2020년 1092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46억 원으로 77.5% 감소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소액주주의 불만을 이유로 들며, 콜마비앤에이치에 본인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윤 대표는 "자회사의 독립 경영을 침해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남매간 갈등에 그쳤지만, 윤 회장은 지난달 창립 기념일 행사에서 화장품과 제약은 윤 부회장, 건강기능식품은 윤 대표가 맡기로 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딸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윤 회장은 "아들이 약속을 어겼다"며 결국 주식반환 소송까지 꺼내 들고 분쟁에 뛰어들었다.
전례 없는 소송전에 경영권 분쟁의 결과로 주주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의 지분은 윤상현 부회장이 31.75%, 윤 회장이 5.59%, 윤 회장의 딸이자 윤 부회장의 동생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7.45%를 각각 갖고 있다. 윤 회장이 반환을 요청한 지분은 13.4%로 승소할 경우, 윤 회장이 18.99%, 윤 부회장은 18.35%로 콜마그룹의 경영 구도가 뒤바뀌게 된다.
분쟁 소식에 콜마홀딩스 상한가…"일반 주주 외면한 처사" 지적도
발언 중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콜마비앤에이치 제공일가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번지는 가운데 콜마홀딩스의 주가는 반등했다.
윤 회장 소송 소식이 전해진 지난 18일 이후 이틀 연속 콜마홀딩스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콜마홀딩스는 전 거래일보다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고, 다음 날인 20일에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0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9.34% 올라 1만 7740원에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을 방어하기 위해 윤 부회장이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핵심 기업의 주식이 상승세를 보이는 건 불안정한 변동성으로 본다. 실적과는 별개로 단기적인 이벤트에 따른 상승세는 사건 진행 과정마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던 고려아연 역시 분쟁이 해소되는 단계에 접어들자 주가가 반토막 나기도 했다. 실제로 이틀 연속 두 자리 상승세를 보인 콜마홀딩스는 20일 기준 전날보다 4.59% 내려간 1만 6640원에 마감했다.
한편 이번 윤 회장의 경영권 분쟁 개입은 오히려 주주들을 외면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 경영권을 두고 가정사를 개입시키는 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기업이 상장사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주주를 외면하고 기업을 개인 사유물로 생각해 결정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이런 사태에서 주주들은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