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교황 후보, 존 레논 노래 불렀다가 가톨릭 보수파에 '집중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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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랑해요'를 표현하는 수어를 보여주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연합뉴스지난 2015년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랑해요'를 표현하는 수어를 보여주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연합뉴스
차기 교황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차기 교황 선거(콘클라베)를 앞두고 가톨릭계 보수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2019년 영상이 콘클라베를 앞두고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해당 노래 가사를 이유로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 후보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反)낙태, 정통 교리 수호, 프란치스코 교황 비판 등으로 유명한 캐나다 보수 가톨릭 매체 라이프사이트뉴스는 최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충격적이다: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논의 '이매진'을 불렀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인가? 이 곡은 종교, 천국, 그리스도의 왕권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찬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매체는 노래의 가사 중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반기독교적인 가사가 포함된 노래를 부른 것 자체가 교황 후보 자격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타글레 추기경이 문제가 된 가사를 아예 부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타글레 추기경의 전체 공연 영상을 보면 몇몇 가사가 의도적으로 생각됐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가수 잔니 모란디도 1996년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앞에서 '이매진'을 불렀을 때 반종교적 가사를 수정해서 불렀다고 덧붙였다.
 
2019년 한 행사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 부르는 타글레 추기경.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2019년 한 행사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 부르는 타글레 추기경.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
현지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화제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가톨릭 내 보수 세력이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진보적 성향의 성직자가 또다시 가톨릭의 수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머와 겸손함, 진보적인 성향을 닮았다는 평가와 함께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인물이다.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사회 정의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 등을 교회의 사명으로 여긴다.
 
그는 필리핀 신학교에서 약 20년간 생활하면서 방에 에어컨과 TV도 두지 않았으며, 주교가 된 이후에도 승용차 대신 버스나 '지프니'(개조한 10인용 합승 차량)를 타고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나 이혼 및 재혼 신자, 미혼모 등을 묘사할 때 "가혹"하고 "심하게 낙인찍는다"며 비판해 왔다.
 
가톨릭계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경과 교리를 반복적으로 위반해 왔다며 다가올 콘클라베를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파 교황 후보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뮬러(독일) 추기경은 최근 영국 더타임스에 "정통파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교회가 두 갈래로 쪼개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다음 달 7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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