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해킹 사태 후폭풍에 휩싸인 SK텔레콤이 국회 답변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회에 출석한 SKT 유영상 대표는 해킹의 귀책 사유가 SKT 측에 있단 점을 인정하면서도 위약금 감면 등에 관해선 "법률 검토를 거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2500만명 다 털렸나?"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유심 교체를 하기 위한 이용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류영주 기자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질의에서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SKT의 핵심 서버를 공략한 걸로 봐서 해커의 수준이 높고, 장기간 계획한 게 아니었을까 의심하고 있다"며 "2500만 명 가입자의 정보가 다 털렸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유 대표에게 물었다.
이에 유 대표는 "저희는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알뜰폰 포함 가입자 2500만명의 정보가 모두 해킹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발언이다.
여야 과방위원들은 유 대표에게 SKT 이용자들이 불안감에 번호이동을 하려 하지만, 계약 해지 위약금이 걸려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SKT가 이를 면제하는 등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귀책이 SKT와 소비자 등 가운데 어디에 있냐고 질문한 뒤 유 대표 등이 "SKT에 있다"고 답하자 약관 조항을 들며 "그렇다면 법률 검토가 뭐가 더 필요한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유 대표는 "제가 CEO지만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규정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말씀드리겠다"고 거듭 답했고, 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출석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 차관에게 "이런 문제가 생겨서 전 국민에게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줬을 때 (SKT 측에) 최고로 내릴 수 있는 징계 수준이 뭔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번 사건은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며 SKT가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신 분들에 대해 100% 책임진다'라는 문구로 안내한 것을 두고도 "협박같이 들리지, 어떻게 가입 독려로 듣겠나"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집중 질의를 하겠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증인 채택을 의결하겠다고도 예고했다.
두 달 간 유심 1천만개 추가 확보키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SKT는 다음 달부터 6월까지 두 달간 1천만 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이날 과방위 오전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5월 중 유심 500만 개, 6월 중 500만 개를 추가로 확보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라면서도 "유심 개통엔 당사 전산 내 처리가 필수적이라 처리 속도를 감안할 때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유심 교체 수량은 20~25만 개에 불과해 원하는 모든 고객이 유심을 교체하기까진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SKT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고에 대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 수습과 고객 보호 조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SKT의 사고 후 대응에 대해서 아쉬움을 말씀하신다. 부족한 점에 대해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SK 임원들의 유심 현황과 관련, 최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은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유 대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