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논의 김 빼던 정부, '4월 내 10조 추경' 내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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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조 규모 '필수 추경' 추진…여야 이견 없도록 할테니 4월 내 통과시켜달라"
12.3 내란으로 불거진 추경 논의, 번번이 막아섰던 최상목 부총리인데 갑작스런 입장 변화?
여야 공감대 이룬 분야라도 구체적 내용 놓고 논란 불가피'
10조 규모부터 논란 예고…'산불 추경'이라도 '예비비 논란'은 어쩌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역대 최악의 산불을 명분으로 10조 규모의 '필수 추경'을 제시하고 나섰다.

여야 대립으로 공회전만 거듭하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논의가 드디어 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와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또다른 정쟁으로 이어질까도 우려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KBS에 출연해 산불 사태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여야와 협의해 4월쯤에는 이 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시한을 못박았다.

앞서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어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여야간 이견이 없는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국회 심사과정에서 여야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인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게 된다"면서 사실상 정부 추경안에 정치권이 토달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 추경'은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4월 내 추경'을 거듭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3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며 국회 통과를 위한 여야 협조를 요청했다. 기획재정부 제공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3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며 국회 통과를 위한 여야 협조를 요청했다. 기획재정부 제공애초 작금의 추경 논의는 12.3 내란 사태로부터 촉발됐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정부 예산안에서 4조 1천억 원을 감액했을 뿐, 12.3 내란 사태로 여야정 논의가 멈춰서고 증액 절차가 생략돼 '감액 예산안'만 편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던 당시에도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공언해왔다.

코로나19 후폭풍 속에 내수 위축·건설업 불황을 중심으로 이미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에 겨우 의존할 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집권하며 대외 불확실성이 더 커진 내우외환 속에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올해 예산안 편성 직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런만큼 최 부총리의 지적대로, 추경은 '속도'가 생명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이후 만약 조기 대선 국면으로 진입하면 국회도, 정부도 추경 편성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추경을 서둘러 마무리짓자고 보면 정부의 제안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애초 추경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던 장본인이 바로 최 부총리다. 이번 발표에서 강조됐던대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분야부터 추경을 편성·집행하자는 제안이 나올 때조차 최 부총리는 현실성 낮은 전제조건을 내걸며 추경 추진의 동력을 빼놓고는 했다.

12.3 내란 직후부터 최 부총리는 야당의 추경 요구에 '기존 예산안의 신속 집행이 우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해가 바뀌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이 가시화되던 지난 1월말에도 '국정협의회를 통한 여야 합의가 먼저'라며 여야 합의 없이는 추경도 없다고 강조해왔다. 불과 약 1주 전인 지난 24일에도 강영규 대변인은 지난 24일 "국정협의회를 통해 여야가 가이드라인을 주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이처럼 정부가 입장을 바꿔 '4월 내 추경 통과'를 내건 데 대해 강 대변인은 "추경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신속히 국회통과가 될 수 있도록 여야정이 참여하는 국정협의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며 "그러나 국정협의회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불 피해복구 등의 절박성을 고려해 여야가 공감하는 필수적인 분야로 한정해 추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전례에 비춰볼 때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려면 통상 2주 이상, 실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심의·의결받으려면 2개월 가까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내놓은 추경 일정이 얼마나 촉박한가 알 수 있다. 규모·시기를 감안하면 산불 사태 대응에 집중된 추경 편성일 가능성이 높고, 정부도 '여야 이견이 없도록 어련히 알아서 준비하겠다'지만, 이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한 발언으로도 읽을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추경 규모부터 더불어민주당이 거론한 35조 원 추경안보다 훨씬 낮은 10조 원 수준인데, 과연 1%대 성장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현재의 한국 경제의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비록 정부가 지목한 추경 분야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더라도, 민생 지원 수단으로 야당이 강조했던 민생회복지원금 도입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는 논란이 없을 리 만무하다. 만약 산불 사태 대응에만 집중한 추경안을 내놓더라도, 최근까지도 여야가 관련 재원을 놓고 첨예한 '예비비 논쟁'을 벌였던 터다.(참고기사 : '벚꽃' 지고 '산불 추경'? 재난·내수침체 속 추경은 언제쯤?)

이러한 정부의 '뒷북 추경' 제안에 여야 반응도 엇갈린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부의 추경 편성 발표에 "적절한 시점을 놓치지 않는 아주 좋은 적기 대응"이라며 높게 평가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제시한 10조라는 추경 규모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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