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 산림청 제공 산림당국이 30일 오후 1시 기준으로 경남 산청·하동 산불의 마지막 남은 불길인 지리산국립공원의 주불 진화를 모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열흘째 이어지던 큰불이 모두 잡히고, 이제 잔불 정리가 진행 중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30일 산청군 산불통합지휘본부 현장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 지리산 천왕봉을 산불로 지켜냈다"면서 산불진화대원과 자원봉사자, 공직자 등의 헌신과 성금, 물품 등 아낌없이 헌신으로 대응해 준 330만 도민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박 지사는 특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순직한 공무원과 진화대원 네 분께 깊을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부상자에게는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신속하게 행정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망 4명 등 14명 사상자, 900년 은행나무도, 축구장 2602개 면적 태워
주불 진화는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의 야산에서 처음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213시간 만이다.
3시간여 만에 올해 첫 '산불 3단계'가 발령될 정도로 강풍과 건조한 날씨 속에 불은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 열흘 동안 진화헬기 335대, 진화인력 1만 6209명, 진화장비 1951대를 투입하는 등 지상·공중 가용 자원이 총동원됐다. 하루 최대 55대에 이르는 진화헬기가 투입됐고, 담수 용량이 5t에 달하는 시누크 1대 등 미군 헬기 4대도 진화에 힘을 실었다.
산불 진화 미군 헬기 투입. 경남도청 제공 특히, 불길이 '민족의 영산' 지리산으로 향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립공원 1호라는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지리산은 역사적·문화적·생태환경적 가치가 높고, 반달가슴곰 80마리도 서식 중이다.
하지만, 불씨를 날리는 강풍과 함께 산불 연료가 되는 두터운 낙엽층, 빽빽한 숲 구조, 그리고 급경사지 등 지상 진화 인력 접근이 어렵다 보니 불길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진화헬기에서 쏟아부은 물도 최대 1m 깊이인 낙엽 내부층으로 파고 든 불씨까지 적시지 못했다. 불을 끄면 곳곳에서 흰 연기가 계속 솟아오르고 있다. 진화율이 1~2%를 남기고도 속히 불을 끄지 못한 이유다.
이번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도 컸다.
창녕군 소속 공무원과 진화대원 등 4명이 진화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또,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축구장 면적 2602개에 달하는 1858ha의 산림도 사라졌다. 지리산국립공원도 화마를 피하지 못해 132ha가 불에 탔다.
산불 야간 진화. 산림청 제공 마을 주민 2158명이 긴급히 대피했고, 주택과 공장 등 84곳도 불에 휩쓸렸다. 특히,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릴 정도로 오랜 수명을 자랑하며 90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도 상당 부분이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피해 큰 산청·하동 3개면 1인당 30만 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박 지사는 "산불 피해에 대한 신속한 복구를 추진하고, 지역 주민들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도록 체계적이고 촘촘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가운데 피해가 가장 큰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약 1만 명의 주민에게는 전액 도비로 1인당 30만 원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구에는 정부의 긴급 복지 지원과 경남도의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의료비·주거비·난방비 등을 차등 지원한다.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 가구에도 긴급지원심의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박완수 경남지사 브리핑. 독자 제공 도는 현장응급의료소 운영과 환자 모니터링, 재난심리서비스 등 의료·심리 지원을 계속한다. 특히 마음안심버스를 투입해 마을 단위로 심리 지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불에 탄 주택 피해 가구에는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고, 향후 정부 주거비와 추가 융자 이차보전 등으로 주거 안정을 돕는다.
산청·하동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100억 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을 469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한다.
도는 농업인을 위해 농어촌진흥기금을 통해 개인당 5천만 원(법인 3억 원)의 저리 융자를 제공하고, 기존 대출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을 지원한다.
산림 피해 복구에도 나선다.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막고자 긴급 진단과 벌채를 추진하고, 관계기관 합동 조사를 통해 복구 계획을 수립한다. 또, 피해 지역 특성에 맞게 연차별 조림 복원 사업을 진행한다.
민간헬기 투입·산불방지센터 설립·인력장비 확대 등 제도 개선해야
박 지사는 이번 산불에 대응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먼저 민간 헬기의 이착륙 허가 절차 간소화를 제안했다. 특별재난지역 등 긴급 상황에서는 민간 헬기도 사전 허가 없이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경남에 '국립 남부권 산불방지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박 지사는 "경남은 남부권 중심지이자 지리산과 직접 연결된 지역"이라며 "산불방지센터를 통해 예방과 진화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산불 진화헬기. 산림청 제공 박 지사는 지자체의 전문 진화대와 산림청 특수 진화대 모두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언급하며 "국가 차원의 과감한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간에는 헬기 투입이 어려워 진화에 큰 제약이 큰 만큼 열화상 드론, 이동형 고출력 LED 조명타워, 휴대용 서치라이트 등 야간 진화를 위한 전문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발화 대비 24시간 상황실 운영, 진화헬기 40대 대기
도는 이번 산불의 재발화에 대비하고자 주야간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한다. 열화상 드론 등으로 산불 상황을 계속 확인한다. 공중·특수진화대, 소방, 공무원 등 350여 명의 인력과 헬기 40대, 진화차 79대도 배치하는 등 혹시 모를 재발화에 대비한다.
도는 주요 산림지역과 등산로에 대해 입산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청명·한식을 앞두고 공원묘지·등산로·입산통제구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한다.
박 지사는 "산림 인접 지역의 화기 사용, 논‧밭두렁·폐기물 소각은 절대 하지 말라"며 도민의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