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세계 안보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핵무장 주장이 들끓고 있다. 여야의 핵무장 동상이몽은 선거를 앞두고 되풀이되는 해묵은 이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 변화로 논의의 차원이 달라졌다는 시각이 있다.
核무장 주장은 보수의 전유물? 野도 "금기 벗어날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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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자체 핵무장했던 것을 폐지하는 게 가장 좋은 협상 전략(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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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술핵무기를 가져오든지, 나토식 핵공유를 하든지 아니면 자체 핵개발을 해야 한다(홍준표 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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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은 언제든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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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투자·방위비분담금 요구와 우리가 핵무장할 수 있는 기회와 엮어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최근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은 너나없이 핵과 관련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독자 핵무장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통한 핵잠재력 확보까지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보수의 안보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핵 관련 주장은 봇물이 터지는 형국이다.
주목할 건 보수진영뿐 아니라 핵 관련 화두를 금기시해왔던 야권 일각에서도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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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스스로 핵무장을 금기시하는데,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
자체 핵무장까지 주장하는 여당과는 수위가 다르지만, 완전한 비핵화에서 더 나아가 핵의 평화적 이용 등 북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점에서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뉴클리어 파워' 또 언급한 트럼프…세계는 자강론 속으로
이같은 변화에는 전통적인 동맹을 파괴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원하는 트럼프 2기 시대의 대외적 상황이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 즉 핵보유국으로 언급하며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건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한미 목표인 '북한 비핵화(빅딜)'보다 미국에게 현실적 협상인 '핵동결(스몰딜)'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종전 국면에서 트럼프가 동맹국 대신 러시아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며 언제까지나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 또한 배경이다.
"핵무장, 오프 더 테이블 아냐"…정부도 여지 닫지 않았다?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던 정부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지만 '오프 더 테이블(논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워낙 국제 정세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동맹(미국)과의 신뢰와 합의"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비핵화 원칙을 강조해오던 외교 수장의 그간 발언으로 미루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지난달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 용어를 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가 북한의 이행 필요성을 명확히 하는 표현이라 설명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 자체가 한국의 핵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분출하는 국내 주장에도 美"검토 않았고 달성 어려워"
국내 핵무장 논의는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와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를 정면 위반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핵도미노에 대한 우려는 아직 유효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북핵 특사를 했던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지난 11일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 "검토한 일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전술핵 배치와 나토식 핵공유 등을 짚어 "달성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국내에서 마구잡이로 나오는 핵무장 목소리 때문에 에너지 안보와 산업용을 위한 농축 재처리의 가능성마저 닫혀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