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씨. 연합뉴스
"피고인의 범행은 일반 투자사기와 달리 유명인 사칭, 재력가 행세, 경호원 동원, 명품 과시, 성별 가장, 자발적 언론 노출 등 일반인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특유의 기망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양산했습니다."

'재벌 3세' 혼외자를 사칭하고 성별까지 바꿔가며 사기 행각을 벌인 전청조씨가 2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약혼 상대였던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의 조카를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중형 선고 이후 전씨는 큰 움직임 없이 한동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징역 16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3년 줄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에게 11억3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하고 남씨에게 선물한 벤틀리를 몰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모두 35명이고, 피해액은 35억이 넘는다"며 "편취금 대부분을 명품 소비에 쓰고 제대로 된 피해 회복은 되지 않고 더 이상 자력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이 매우 높고,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지속적으로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가석방으로 석방되자마자 혼인 빙자 범행을 저지르고, 여성임에도 필요에 따라 남성으로 가장하며 유명인과 사귀고 혼외자 행세로 사기 범행을 했다"고 질타했다.

전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통상적인 사기 범행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원심이 양형기준을 넘어서는 과한 형을 선고했다고 주장해 왔다. 범죄 사실관계들을 사기죄 성립을 판단하는 요소로만 보지 않고, 그 자체로 불리한 정상으로 삼았다는 입장이었다. 양형 기준상 전씨가 받는 사기죄의 상한은 징역 10년 6개월이다.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존재할 경우 권고하는 형량 범위 상한을 1.5배까지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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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은 상상적 경합으로 양형기준을 적용할 사정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사기죄만의 양형기준으로 보더라도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수법도 불량하다. 상습범에 동종 누범이고, 피지휘자를 교사하는 등 특별가중요소에 해당하는 사유 거의 대부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특별 조정 가중영역 이상의 양형을 택하는 것도 전혀 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에 강연 등을 하며 알게 된 27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약 30억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과정에서 그는 파라다이스 호텔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수법을 썼다.

전씨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되고 본인의 사진을 붙인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제시해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또한 남씨의 중학생 조카를 폭행, 협박한 혐의 등으로 또다시 기소돼 지난 9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4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의 요청에 따라 사기 사건에 아동복지법 위반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면서 형을 새롭게 정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날 전씨의 경호팀장 역할을 하며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방조 범행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