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제 투표용지 이렇게 생겼어요
박수정> 제가 방송에 된다는 허락을 받고 미국 투표권자로부터 직접 받은 투표용지를 보여드리는데요. 아직 투표가 되지 않은 종이죠. 잘 보시면 한국어가 눈에 띄어요. 이제 영어랑 스페인어가 각각 병기가 되어 있고요. 미국 투표권법에 미국 시민이 소수 집단에 속해도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에 사용했던 언어로 투표지를 준다고 해요. 투표소에도 반드시 통역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요.
윤지나> 저거 행정력도 상당할 것 같은 게 이 자가 한국 출신이니까 한국어를 써서 보내야겠다라는 작업이 수반이 돼야 하는 거네요?
미국 스타일?로 해리스 패는 트럼프
윤지나> 대선을 열흘쯤 남겨놓고 막판이 되니까 해리스나 트럼프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던데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면들도 많다고요?
박수정> 트럼프를 지지하는 재단에서 발간한 책인데요, 책 제목이 '카멜라의 성취'예요. 제목만 보시면 마치 카멜라 해리스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사람처럼 되어 있죠. 지금 아마존 들어가서 보시면 베스트셀러거든요. 영상을 보시면요, 이렇게 표지를 만들어 놓고 책 안이 텅 비어있습니다. 해리스는 자기가 성취한 게 없다라는 걸 최대한 비꼬기 위해서 이런 책까지 낸 거죠.
윤지나> 부통령 시절에 너 뭐 했어,라고 하는 게 트럼프의 메인 공격 포인트인데 그거를 저렇게 물화시켜서 보여주는 거군요.
박수정>이런 썰캐즘, 이렇게 비꼬는 풍자문화가 딱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거잖아요. 저 책을 사서 내용이 빈 걸 보여주는 게 바이럴이 됐어요. 사람들이 인증샷 찍고 싶어서 후기들을 많이 올리더라고요. 내 메모장으로 쓰고 있다, 그녀의 성취에 나는 감명 받았습니다. 참 미국스럽죠.
이정주> 좀 부럽네요. 무슨 누구 박사님, 천공 이런 것보다는 세련돼 보이고요. 유쾌하기도 하고.
일론머스크 너 그렇게 돈 많아? 나 빌게이츠야!
윤지나> 우리가 지난 시간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경합주에서 지지자 추천을 요상한 방식으로 하라고 유도하면서 한화 600억원 정도를 쓸 거라고 했는데, 또 파격적인 돈풀기에 나섰다고요?
박수정>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과 맥이 닿는 수정 헌법에 청원 서명을 해줄 경합주 친구를 데려오면! 한국 돈으로 한 6만 원 정도를 준다는 거였는데 이제 로또를 합니다. 청원에 서명한 사람들 중 매일 랜덤으로 1명씩을 뽑아서 미국 돈으로 100만 달러, 한화로는 14억원 정도를 줍니다. 지금 일론 머스크 트위터에 매일 1명씩 가족들 인터뷰가 올라오고 있어요. 유세 장소에서 이걸 수표로 주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윤지나>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해리스를 이긴다는 기사가 지난 주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던데, 저런 마케팅에서도 뒤지는 것 같고. 해리스가 분발해야 겠네요.
박수정> 우리 질문하는 기자 이정주가 명언을 남겨 주셨는데, 선거는 자본과 자본의 싸움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편에서 돈으로 공세를 하고 있었는데. 해리스 쪽에서도 돈 많은 사람이 등판했습니다.
이정주> 전통 압구정 갑부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주영 회장이 나온 거죠.
박수정> 맞아요. 올드머니가 나왔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새로운 뭔가 스타트업 분위기라면 진짜 전통적인 부자, 미국의 부자 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가 빌게이츠인데, 빌게이츠가 이례적으로 공개적으로 해리스를 지지하고 나선 겁니다.
윤지나> 원래 빌게이츠는 나 누구 편이야라는 인상을 안 줬던 인물 같은데요.
박수정> 정치적인 발언 특히 한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표명을 조심스럽게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가인 빌게이츠는 해리스 후보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에 미국 돈으로 5천만 달러, 한화로 한 690억 원 정도 되는 돈을 지원했습니다. 이 정도면 트럼프 대 해리스 싸움이 아니고 일론머스크 대 빌게이츠의 싸움이 아니냐 하는 분위기고요, 이건 미국 세계에 큰 두 세계관의 충돌이다, 누구의 돈이 더 효과가 있는가를 지금 판가름할 수 있는 싸움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주> 대리인을 잘못 잡으신 것 같은데요. 해리스하고 트럼프가 두 사람의 대리전을 치르는 거죠. 빌게이츠가 워낙 돈이 많고 이제는 노인이라 사업적 욕심 부분 보다는 환경에 목적을 두고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설득이 돼요. 젊었다면 제가 다른 음모론을 펼쳤겠지만. 트럼프는 화석연료 쓰자는 사람이니까요.
트럼프가 승기를 잡았다! 근거는?
박수정> 미국 선거 보도를 보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셔야 될 숫자, 270입니다. CNN에서는 아예 미국 대선을 '로드 270', 그러니까 270으로 가는 길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할 정도죠. 제도가 한국 같은 직접 선거가 아니라 간접 선거이기 때문에 각 주의 인구 수에 따라서 선거인단이 배정이 됩니다. 모든 주의 선거인단 수를 합하면 총 538명이에요. 538명 중에 과반이 270명이잖아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에서 트럼프가 27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라고 예측을 했습니다.
윤지나> 원래 이코노미스트가 예측 모델이 유명하고 잘 맞추기로 유명하잖아요. 최소 승리 숫자가 270인데 276이요? 어떻게 산출한 건가요?
박수정>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시뮬레이션 모델이라고 하는데요. 각 주의 모든 여론조사, 해당 지역의 경제 통계, 과거의 선거 결과, 인구 특성 등의 요인을 반영해서 낸 건데요. 몇 달 전부터 계속하고 있었는데 8월 초 이후 해리스가 이기는 걸로 나오다가 격차가 점점 줄어들다가 2개월 만에 지난주에 처음으로 트럼프가 역전하는 수치가 나온 거예요. 지금은 트럼프 당선 확률이 54%이 됩니다. 54 대 46이면 사실 큰 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