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고작 개봉 한 달 만에 OTT로…'홀드백' 윈윈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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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극장 개봉 1달여 만에 OTT로 향하는 영화들
영화계, 생태계 선순환 악화 탓에 제작·투자 위축 우려
프랑스, 홀드백 완화에도 기본 15~17개월 합의 '공생' 추구
국내서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홀드백' 재정립 목소리↑

서울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황진환 기자"조금만 기다리면 OTT에 뜨는데, 굳이 영화관 가야 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티켓 값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빠르면 개봉 한 달 만에 영화들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넘어온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에게 극장을 찾는 건 일종의 '모험'이 됐다. 극장을 찾는 대신 OTT로 넘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영화계의 시름은 깊어지며 '홀드백'(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 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시스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KOFIC)가 발간한 '2021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화시장의 핵심 수익원은 온라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영화관 개봉에서 VOD 등 후속 시장으로 이어지는 홀드백 기간도 대폭 축소됐다.
 
전통적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창구는 극장이었다.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일정기간이 지나야 IPTV, 케이블TV, 지상파 등 다양한 부가판권시장에서 공개되며 추가 수익을 얻는 게 일반적인 구조였다. 그렇게 홀드백 기간 영화는 극장 상영기간을 보장받는 것이다.
 
OTT의 급성장은 이러한 전통적인 시장 구조를 무너뜨렸다. 지난 2020년 '사냥의 시간' '승리호'를 시작으로 '콜' '차인표' '낙원의 밤' 등 일부 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OTT로 직행하기도 했다. 또한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은 극장 개봉 1개월 만에 여타 플랫폼을 건너뛰고 OTT 공개를 택했다.
 
물론 홀드백을 두고 이견도 존재한다. 홀드백을 통해 영화의 상영기간을 보장한다고 해서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고, 배급사의 자유로운 영업활동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홀드백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영화, 특히 상업영화가 극장 대신 OTT로 직행하거나 개봉 한 달 만에 OTT로 공개될 경우 극장은 물론 부가판권시장의 수익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제작사, 투자사 등에도 영향을 미치며 영화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홀드백과 스크린 독과점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홀드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는 홀드백 기간이 짧아질 때 피해를 보는 건 독립·예술영화나 중간급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방 극장에서 내리고 OTT에서 볼 수 있다고 하면 극장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대표는 "극장이 소중하기 때문에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100년 넘는 역사 동안 만들어온 윈도우(시청 플랫폼)의 유통을 소중히 가꿔 나가야 지속 가능한 산업의 발전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중요성을 짚었다.

프랑스 영화 및 OTT 산업현황 캡처.프랑스 영화 및 OTT 산업현황 캡처.

관객부터 극장까지 만족할 수 있는 홀드백 재정비 필요

 
미국 극장 역시 팬데믹 당시 큰 타격을 받았다. 팬데믹 초기에는 극장과 플랫폼 동시 상영으로 영화계에서 큰 반발이 일기도 했다. '스크린데일리'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전 세계 배급업체와 극장업체의 신작 극장 상영기간은 북미의 경우 기존 75~90일, 영국의 경우 기존 90일 선에서 30~45일 선으로 줄어들었다.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홀드백 기간을 유지할 때 소비자들이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당장은 어려울 수 있다. 소비자의 권리를 빼앗는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홀드백 관련해서 다양한 윈도우를 유지하되 소비 방식도 세분화하고, 소비 주체들의 선호도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는 조금이라도 영화계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며 "하나의 규칙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화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 영화계 역시 팬데믹 기간 OTT를 필두로 한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꼈다. OTT가 이미 관객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든 만큼 프랑스가 선택한 것은 '공생'이다.
 
KOFIC이 발간한 '프랑스 영화 및 OTT 산업현황'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2021년 초반 발효된 프랑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의무화를 규정한 SMAD 법령과 2022년 1월 새로 정비된 홀드백 시스템을 통해 공생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SVOD 플랫폼은 기존 36개월에서 17개월로, 넷플릭스는 15개월로, 디즈니+는 17개월로 홀드백을 완화했다. 그럼에도 완화된 프랑스 홀드백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 기간 보장된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현재 한국의 영화 유통 환경은 홀드백을 지켰을 때 최대 이익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없다. 특히 극장에 대해 신뢰가 없기에 홀드백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어떻게 하면 홀드백을 신뢰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윤미 이사는 "홀드백을 법제화하는 건 사실 어렵다. 그럼에도 홀드백이 콘텐츠와 윈도우들에게 어떻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해보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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