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직장인 김미라(31·가명) 씨는 최근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의료비 내역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지난해 8월쯤 대전에 있는 친정에 가서 첫째 아이의 예방접종을 했었는데, 이에 대한 의료 내역이 없었던 것.
혹시 잘못 기억하고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동안 모아뒀던 병원비 영수증을 꺼내 확인했다. 기억은 정확했고 대전의 A 병원에서 20만 원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전화를 걸어 의료 내역이 누락됐다고 말하자, 해당 병원은 "직접 오면 발급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씨는 고민했다. 신혼 집이 서울인데 대전까지 KTX를 타고 다녀온다 해도 이것저것 합치면 소요되는 시간은 5시간 가량. 게다가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5만원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진료비 내역 첨부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20만 원짜리 의료비 내역 증명서 하나 받겠다고 5만 원에다가 하루를 들이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와 관련, 여기저기서 병원비 누락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병원들이 주소지가 멀거나 한두 번 방문한 '뜨내기' 소비자에 대해 고의로 진료 내역을 누락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 인터넷 카페 등에서 '연말정산 병원비 누락'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피해 상담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의료비 부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사업자 소득이 노출되면 세금이 올라가는 걸 우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병원들의 고의 누락으로 인한 피해 신고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콜센터에도 상당히 많이 접수되고 있다.
콜센터 한 관계자는 "(의료비 누락으로 인한 상담전화가) 굉장히 많다"며 "이 때문에 의료비 신고센터를 따로 만들어놨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고의로 누락하는 상습 병원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 원천세과 한 관계자는 "병원이나 그런 기관들이 자기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출하는 것인데, 이것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화면에서 '병원이 진료비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신고하도록 올해부터 마련해놨지만, 병원측이 내줄 수 없다고 버티면 국세청은 어떻게 할 수 없고 소비자가 직접 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신동진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