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정년이 짧아지면서 '인생 이모작'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은퇴 후 피폐하게 살 수 있다'며 우려를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 은퇴준비를 하면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100세 시대가 등장하면서 '축복 받은 장수' 보다는 '소득 없는 30년'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당장 은퇴준비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까지 흐른다. 은퇴준비를 곧 5억원, 10억원 등 목돈마련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생각보다 우리의 앞날은 불안하지 않을지 모른다.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 은퇴준비를 한다면 말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의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보자. 인생에서 은퇴준비를 할 수 있는 시기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사회 초년기, 가족 확장기, 가족 성숙기ㆍ중년기, 그리고 은퇴ㆍ노후생활기다. 우선 본인의 은퇴준비 4단계 분기점(연령)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사회 초년기는 첫 직장생활부터 결혼하기 전까지다. 우리나라 남성의 초혼 연령은 2011년 현재 약 32세다. 26~27세에 대학을 졸업한다고 가정하면 (대학 졸업 후) 5년 정도가 사회 초년기다. 둘째는 가족 확장기로,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다. 다음은 일반적으로 중년기라 칭하는 45세부터 정년을 맞는 55세까지다. 이때는 자녀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가계수입이 절정에 달한다. 마지막은 은퇴ㆍ노후생활기다. 은퇴ㆍ노후생활기는 다시 소득공백기, 자아실현기, 회고ㆍ간호기로 구분된다.
은퇴준비 시기를 4단계로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각 구간마다 수입과 지출의 경제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시기에 고려해야 하는 사항도 따로 있다.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각 시기별로 고려해야 할 점과 생각해야 할 구체적 목표에 대해 살펴보자.
사회 초년기는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본인을 위한 소비지출이 가장 많다. 양복ㆍ구두ㆍ가방 등의 물품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취미ㆍ연애활동이 활발해서다. 이 시기는 수입이 많지 않아서 저축은커녕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은퇴준비 관점에서 보면 은퇴준비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은퇴준비를 위한 초석으로는 3가지 전략을 추천한다. 먼저 '본인의 리스크 성향에 맞는 퇴직연금상품 선택하기'다. 둘째는 '연금저축 반드시 가입하기', 셋째는 '장기적인 시각 으로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다.
사회 초년기의 은퇴준비는 투자기간이 길어 장기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강제성이 동반되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게 좋다. 특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더욱이 연금저축은 저축금액에 대해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득 없는 30년에 대비해야
또한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 언급한 세 전략은 사회 초년기에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은퇴준비 전략이다. 취업 후 32세까진 은퇴 초석을 다지는 시기다. 사회 초년기의 은퇴준비는 투자기간이 긴 만큼 장기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은퇴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사회 초년기 다음의 '가족 확장기' '가족 성숙기ㆍ중년기'다. 수입이 증가하는 만큼 지출 역시 늘어나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기 다음은 가족 확장기다. 이 시기에는 결혼과 더불어 많은 고민거리가 발생한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자녀교육비와 주택마련 등의 주거비용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중견 간부가 되거나 이직을 하기도 하는 시기다.
이 시기는 위의 그림에서 A에 해당하는 시기로 재무적인 은퇴준비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다. 가족 확장기의 은퇴준비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변액연금보험의 가입이다. 이 시기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이고, 연봉이 비교적 높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납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해 추가적인 은퇴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2012년 7월부터 새로운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직장을 퇴직하더라도 퇴직연금을 IRP에 이전하는 게 의무화됐다. 무엇보다도 IRP는 자신에 맞는 금융상품을 자신의 계좌에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55세 전에는 퇴직연금을 찾아 쓸 수 없기 때문에 은퇴준비자산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마지막으로 보유 자산의 리밸런싱(처음에 목표로 삼은 자산배분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 시기는 소득이 늘어나면서 자산이 쌓인다. 아울러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1년에 한번 정도는 자산의 운용상태를 점검하고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가족 확장기 다음은 가족 성숙기ㆍ중년기다. 수입이 가장 많지만 은퇴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시기다. 본인의 은퇴와 자녀의 대학 입학이 겹쳐 수입ㆍ지출곡선이 역전될 수도 있다. 위의 그림 B에 해당한다. 은퇴 후 20~30년의 은퇴생활 기간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해 많은 사람이 은퇴준비에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다.
그렇다고 포기는 이르다.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남은 인생이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남아 있다. 이 시기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퇴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부터 확실히 챙겨두자. 얼마 전 발표된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세대 간 회계: 방법론 및 모형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40세, 55세, 60세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부하는 연금보험료 대비 받는 연금 급여 비율은 2.2배, 2.26배, 3.61배로 낸 보험료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번째 기간은 은퇴ㆍ노후생활기다. 이전 기간의 자산운용 전략이 축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은퇴 후의 자산운용 전략은 인출이 중심이다. 월급이란 형태로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사라지지만 생활비 등의 고정적인 현금흐름은 계속해서 발생해서다. 또한 이 시기는 자녀들의 결혼으로 목돈을 써야 할 일이 발생하고(그림 C), 회고ㆍ간호기에는 건강 악화로 의료비나 간병비 등이 발생해 지출이 증가(그림 D)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퇴ㆍ노후생활기는 총 은퇴자산을 고려해 인출액을 결정하는 인출전략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다면 은퇴ㆍ노후생활기에 활용할 수 있는 인출전략에는 무엇이 있을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인출전략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본인의 자산규모와 인출순서 파악이다. 모아놓은 자산이 파악돼야 부족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또 그동안 준비해 왔던 각 연금을 인출해 활용할 시기를 정해둘 필요가 있다. 변액연금보험은 45세,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55세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일 때 활용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현재는 61세지만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본인의 수급연령을 알아둬야 한다.
둘째로 활용 가능한 것이 국민연금 연기연금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는 대신 그만큼 더 많은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소득활동이 가능해 당장 연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 연금 받는 시기를 1회에 한해 최장 5년간 늦출 수 있다. 매월 0.6%씩 가산되고 최대 연 7.2%의 금액이 추가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월지급식 상품 잘 굴리면 '득'
일반적으로 요즘 은퇴자들은 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건강이 양호해 재취업이나 소일거리 등으로 생활비 정도의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생각해 볼 만한 방법이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는 쉽게 찾기 힘든 매력적인 투자방법이다.
세번째로 월지급식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각종 연금을 이용해 소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연금소득은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고 갑작스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후대비 자산 중 일정 금액은 인플레이션 위험과 유동성 문제에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럴 때 대비책으로 적합한 게 월지급식 상품이다.
CBSi The Scoop 김은경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