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개그맨 유민상 인터뷰. 윤성호기자
개그맨 유민상이 데뷔 9년만에 터졌다. 지난 2013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예상도 못했다" "떨린다"는 틀에 박힌 수상소감 대신 "최우수상을 받을 줄 알고 수상소감을 준비했는데, 우수상을 받았다"는 기발한 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최근엔 '안 생겨요'로 '웃픈'(웃긴데 슬픈) 개그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 2013 연예대상 뒷 이야기이제껏 보지 못했던 독특한 수상소감을 준비한 만큼 유민상과 마주하자마자 "정말 최우수상 수상을 기대했느냐"고 물었다. 유민상은 "반반이었다"며 "실제로 받는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고, 불행히 우수상을 받아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시상식에 대한 뒷얘기를 풀어 놓았다.
"올해는 왠지 저를 주실 것 같았는데 아니었잖아요. 시상식을 마친 후 수상자들끼리 예능국 회식에 찾아가 PD들에게 누굴 뽑았냐고 여쭤봤어요. 다들 '널 뽑았지'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왜 우수상인지 모르겠어요.(웃음) 진실은 알 수 없죠."
당시 최우수상과 우수상 후보에 올랐던 인물은 유민상을 포함해 김준현, 김원효, 김기리, 정태호 등이었다. 유민상이 그토록 바랐던 최우수상은 항상 닮은꼴로 비교되던 김준현에게 돌아갔다.
"준현인 저보다 2년 후배에요. 심지어 준현이가 개그맨 시험을 준비할 때 제가 선배로서 봐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준현이는 쑥 올라오더라고요. 저희 회사 대표이자 선배인 김준호 씨는 '준현이는 A급 뚱뚱이, 너는 B급 뚱뚱이'라고 하고요. 준현이가 바쁠 때 대신 인터넷 광고도 찍었어요. 욕먹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몰라봤어요."
후배가 더 큰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 조급함이 들 만했지만 유민상은 "만약 그랬다면 지금까지 개그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제가 뽑고, 가르쳤을 뿐 아니라 캐릭터도 비슷했던 후배와 역전된 느낌이 들 때 만감은 교차했어요. 질투, 이런 건 하지 않을 꺼라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질투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조급해하진 않았어요. 꾸준히 가고 싶었죠."
KBS 개그콘서트 개그맨 유민상 인터뷰. 윤성호기자
◈ 데뷔 9년, 묵묵히 갈 길 간다유민상은 2005년 KBS 공채 개그맨 20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개그맨이 되자고 마음 먹은지 1년 만에 개그맨이 됐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해에도 '나쁜사람', '전설의 레전드', '안생겨요' 등 인기 코너에 출연하며 활약을 보였다. 특히 유민상이 직접 기획해 무대에 올린 '안생겨요'는 여자 친구가 생기지 않는 처절한 솔로남들의 만담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유민상은 "아이디어가 너무 쉽게 떠오른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기획을 하고 송영길로 멤버 구성을 한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PD님도 이보다 더 적합할 순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저씨 역할을 너무 많이 해서 이미지를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에 코너를 기획하게 됐어요. 이번 기회에 제가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을 알리면 이성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질 거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죠. 그런데 점점 깊은 고랑으로 끝없이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정말 안 생겨요."
'안 생겨요'에서 말하는 내용의 절반 이상은 유민상과 송영길의 경험담이라고. 유민상은 "실현가능하다 싶은 건 거의 해봤다고 보면 된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처절하게 외로움을 고백하고 있지만, 유민상도 여자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3~4년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솔로가 됐고, 이후 계속 "안 생긴다"고.
"곧 생기겠죠? 여자 친구가 있을 땐 그렇게 장난을 안치더니 헤어지고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네가 이러니까 여자 친구가 없는거야'라고 그러더라고요. 초반엔 웃고 지나갔는데 솔로 1년이 넘어가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어져요. 자꾸 안 생겨요."
KBS 개그콘서트 개그맨 유민상 인터뷰. 윤성호기자
◈ 가늘고 길게 활동하고 싶다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유민상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그저 가늘고 길게 활동하기. 기발한 아이디어의 소유자다운 대답이다.
"저는 가늘고 길게 활동하고 싶어요. 주변에 사업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사업도 하고 싶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방송을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스탠딩 개그 외에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는 드러냈다. 임하룡, 김준호 등 스탠딩 개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보인 선배들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것.
CBS노컷뉴스 김소연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