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두 얼굴, 내 개그의 원동력
- 나에게 개그란? '물' 같은 존재
- 마지막 꿈은 단편영화 감독■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개그우먼 김영희
돌싱, 돌아온 싱글. 결혼 후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혼자가 된 남녀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사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대놓고 말하기에는 좀 민감한 소재죠. 그런데 이 예민한 소재가 최근 개그에 차용이 됐습니다. 그것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개그콘서트의 '끝사랑'이라는 코너인데요. 오늘 화제인터뷰에서는 그 '끝사랑'이라는 코너에서 ‘앙돼용’이란 유행어로를 만들어낸 분이세요. 돌싱들의 연애담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연기하고 있는 개그맨 김영희 씨를 만나보죠. 김영희 씨, 안녕하세요.
◆ 김영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요즘 ‘앙돼요~’ 유행어가 굉장히 인기인데 저는 영 안 되네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거(웃음)?
◆ 김영희> 이게 힘을 좀 끌어와서 해주셔야 해요. 앙돼요~ 이렇게.
◇ 김현정> 어디로 끌어올려야 하는 겁니까, 힘을?
◆ 김영희> 온갖 목젖 끝까지 다 올려서 해 주셔야 돼요.
◇ 김현정> (웃음)앙돼요 이렇게.
◆ 김영희> (웃음)너무 점잖게 해 주시네요.
◇ 김현정> (웃음)제가 끝나고 따로 한번 연습해보겠습니다. 요즘 어디가나 이 유행어가 대인기일 정도로 '끝사랑'이 굉장히 인기입니다. 중년의 로맨스, 이 아이디어는 누가 내신 거예요?
◆ 김영희> 제가 원래 중년전문연기를 많이 했었는데요. 어린 연기가 전혀 안 되기 때문에.(웃음) 또 제가 자주 보는 코너가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입니다. 굉장히 본방사수 하는 팬인데요, 보다 보니까 중년의 사랑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더라고요. 그리고 분명 이 중년의 사랑도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사랑보다 더 뜨겁고 열정적이다라는 걸 한번 보여주고 싶어서 1년 전에 만든 코너예요.
◇ 김현정> 1년 전에?
◆ 김영희> 그런데 이게 계속 안 됐어요. 검사를 맡았는데. . .
◇ 김현정> PD한테 검사를 맡아서 오케이 해야지 무대에 가는 건데.
◆ 김영희> 그렇죠. 그런데 1년 전에 이미 검사를 맡았는데 이게 잘 안 됐어요. 왜냐하면 수위 조절도 해야하고 여러 가지 또 민감한 부분도 있고 해서 안 되다가 지금 김상미 감독님께서 오케이 하셔서 녹화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KBS2 개그콘서트 코너 끝사랑(자료사진=개그콘서트 캡처)
◇ 김현정> 그렇게 어렵게 1년이나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해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첫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었죠?
◆ 김영희> 저도 이렇게 공감을 많이 해 주실지 몰랐거든요. 일단 중년들의 반응은 굉장히 뜨겁고요. 저희 엄마 친구분들 중에서도 돌싱이 계시고, 또 많은 중장년들이 계시는데.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 예를 들어서 ‘싸우디에서 사온 크림’이런 부분에서 빵터지더라고요. 특히 그 ‘싸우디’란 말을 할때 굉장히 소리 내서 웃으시더라고요. 이게 사우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요. 심지어 초등학생이나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도 봤어요. 도대체 이건 뭐지? 아이들이 왜 어떤 것에 공감하는 걸까? 했는데요, 아마 ‘앙돼요’ 라는 말,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돌싱들을 왜 우리를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느냐고 항의를 받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분들이 재미있다, 우리를 바깥으로 끌어내줘서 좋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인 거예요. 그런데 아까 그러셨어요. 어린 연기는 통 안 된다?
◆ 김영희> (웃음) 네, 전혀 안 됩니다.
◇ 김현정> 실례지만 실제로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김영희> 다들 '연세'라고 여쭤보시고 슬하에 자녀 수도 물어 보시고 하는데 저는 이제 서른 둘입니다, 올해로요.
◇ 김현정> 서른 둘 되셨어요? 그러면 몇 년생?
◆ 김영희> 83년생이요.
◇ 김현정> 83년생.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중년연기를 맛깔나게 잘하세요?
◆ 김영희> 아무래도 엄마 영향이 큰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머니가 뭘 어떻게 해 주시기에 어머니 영향이에요?
◆ 김영희> (웃음) 어머니가 그냥 계셔주는 것만으로 영향이 저한테는 굉장히 큽니다.
◇ 김현정> (웃음) 그러니까 어머님 흉내를 지금 내고 계시는 거예요, 모델로 삼아서?
◆ 김영희> 그렇죠. 예전에 제가 <봉숭아학당>이란 코너에서 ‘비너스회장’ 할 때 특히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등산을 가시는데 풀메이크업을 하고 갔다오셨음에도 불구하고 메이크업이 지워지지 않았더라고요. (웃음) 분명 산을 타지 않고 주차장 근처에서 그냥 얘기 나누시다가 오신 건데.. 이런 부분들이 저한텐 개그 소재가 되거든요. 또 여자동창한테 얘기할 때랑 남자동창한테 전화할 때 목소리 달라지시는 거...
개그우먼 김영희(자료사진=개그콘서트 캡처)
◇ 김현정> 어떤 식으로 달라지세요, 어머니가?
◆ 김영희> 저한테 막 화를 내던 중이라도 남자 동창한테 전화가 오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러세요, “어, 그래 병관이니? 나는 지금 책 읽고 있었지~” 이렇게 급변 하시는 모습들이 정말 재밌거든요. 지금 내가 몇 명과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이렇게 급변하는 부분이 특히 그래요.
◇ 김현정> 어머니가 정말 재밌는 분이시군요. 바로 거기서 김영희표 중년개그의 원동력이 나오는 거고요. 그런데,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세요?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개그를 보면서 풀거든요. 개그맨들은 어떻게 풀어요?
◆ 김영희> 저희는 저희 개그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쌓이고요. 왜 저렇게 했을까 이러면서 또 쌓이고.
◇ 김현정> 개그를 보면서 분석하세요, 남의 개그를 보면서도?
◆ 김영희> 그렇죠. 분석을 하게 되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쌓이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나름의 취미가 있는데. 실은 인형을 모으거든요.
◇ 김현정> 인형을 모으세요, 인형?
◆ 김영희> 아름다운 인형들 있죠. 저와 좀 다르게 생기고 길이가 다른. (웃음) 그런 늘씨한 미인 인형들을 모으고 진열하고, 꾸미고 하는 것 좋아해서요 진열장을 사다놓고 꾸미고 하면서 소소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천상 소녀감성이시네요, 소녀감성. 어딘가에서 어머니 인터뷰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데 아이디어가 안 나오고 혹은 무대에 못 서고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때, 우리딸 김영희는 밤잠을 설친다, 밤새 고민한다. 우리 영희가 스트레스 좀 덜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 제가 들은 적이 있어요. 근성이 대단한 것 같아요,김영희 씨?
◆ 김영희> 그렇죠. 아무래도 개그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욕심이란 말이 좀 나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긍정적으로, 좋은 쪽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끝사랑이 지금처럼 사랑해 주시는 분이 없다 하더라도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저는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좋아서 굉장히 업된 분위기로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김영희라는 개그우먼에게 개그란 뭡니까?
◆ 김영희> 제게 있어 개그란 물이죠, 물. 다른 음식은 먹든 안 먹든 간에 물은 항상 먹어야 되잖아요, 항상 옆에 두고 마셔야 되잖아요. 저한테는 개그는 꼭 제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그 어떤 상황에 있어도요.
◇ 김현정> 멋있네요. 나이는 아직 서른 둘 어리지만 이미 그 꿈, 생각하는 것은 중년만큼 의젓하시네요. 그러면 최종 목표, 삶의 최종 목표는 뭐예요?
◆ 김영희> 제가 영화와 영상을 전공했어요. 단편영화 같은 걸 만들고 하는 걸 전공했는데. 개그맨들만 등장하는데,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라 정말 진한 멜로 단편영화를, 사람들의 눈물을 쏙쏙 뺄 수 있는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 김현정> 개그맨, 개그우먼만 출연해서 눈물 쏙 빼는 로맨스를 만드는 꿈, 그게 가능한가요?
◆ 김영희> 이게 일본에서는 이미 하더라고요. 개그맨들, 개그우먼들이 만든 멜로물이 사람들 눈물을 쏙쏙 빼놓더라고요. 개그맨들이 단지 까메오나 조연 역할을 하는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게 우리도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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