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정부의 설 이산가족상봉 제의에 대해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의 한 구절이다. 이 서정적 표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말치레보다는 진정성이 담긴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9일 낮 12시쯤 통일부에 통지문을 보내 정부의 설 이산가족 상봉제의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설 이산가족 상봉은 계절적 시간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는 데 상봉행사를 마음 편히 할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설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엔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한미군사훈련과 겹치기 때문에 분위기상 맞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실무접촉 거부의 핵심은 금강산관광재개 문제이다. 금강산관광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시켜려는 북한과, 별개의 사안으로 대응하는 정부가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이 실무접촉은 여건상 거부했지만, 이산가족상봉 의지가 있다는 것을 담은 메세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때가 되면 이산가족상봉행사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우회적으로 거부했지만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교수는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남북관계, 북미관계, 6자회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기할 할 만한 준비가 덜 된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남북당국간에 자극하지 않고 언행을 신중히 한다면, 당국간 회담이 3월 중순쯤에 열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