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로 망명 시도에 사면 논쟁·법원 판결 등 연일 이슈
미국 국가안보국(NSA) 기밀 폭로 후 러시아에 은둔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해를 넘기도록 연일 새로운 이슈를 양산하면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사면을 둘러싸고 미국 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스노든 본인의 브라질 망명 시도와 NSA의 무차별적 휴대전화 통화기록 정보 수집이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까지 겹치면서 스노든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노든은 한동안은 유럽의회의 사하로프 인권상 후보에 오르고 전직 미국 정보요원들이 만든 '샘아담스 협회'에서 '내부고발자상'을 받는 등 영웅적인 이미지가 우세했다.
또 이달 들어 영국 가디언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뽑힌 데 이어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올해의 최고 사상가(Thinker)'로 선정되는 등 국제사회를 움직인 주요 인물로 인정받았다.
유럽의회에서는 조만간 미국의 불법적 정보수집 혐의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스노든 화상증언을 들을 계획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법원에서 NSA의 정보수집이 국민 사생활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내리면서 스노든이 개인의 자유를 위해 용기있게 나선 인물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그가 최근 브라질에 망명 신청을 하는 과정에 NSA 도·감청 실태 조사에 협력하겠다고 브라질 정부에 제안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전문 블로거인 맥스 피셔는 17일(현지시간) WP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스노든이 '영웅'인지 '배반자'인지 물었다.
피셔는 스노든의 망명 시도가 지지자들에게는 미 정부의 권력 남용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고 투쟁하는 영웅적 모습으로 비치겠지만,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에게는 개인적 이해나 왜곡된 양심, 혹은 둘 다의 이유로 조국을 등지려는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영웅'이나 '배반자' 같은 전형적인 틀로는 스노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의 행위는 설명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배반자' 스노든은 사면 불가를 외치는 측의 시각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스노든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스노든은 기밀 유출로 기소된 상태이며 미국에서는 중죄 혐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키스 알렉산더 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50명의 인질을 붙잡은 인질범이 10명을 쏴 죽인 뒤에 '사면하면 40명을 풀어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경 반대했다.
그러나 스노든 사면은 역시 그를 '영웅'으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도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스노든이 아직 내놓지 않은 문건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가 사면 결정에 관건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현재 NSA는 스노든이 빼간 기밀의 수위는 물론이고 분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스노든에게 150만 건 정도의 미공개 문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중요한 건 기존에 언론을 통해 폭로된 내용보다 미공개 자료들이 미국의 안보에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사면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의 배경이다.
NSA의 기밀유출 조사 책임자인 리처드 레젯이 '60분'과 인터뷰에서 스노든이 나머지 자료를 모두 내놓는다면 사면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NSA에 대한 전문가인 제임스 뱀포드는 "스노든이 공개한 자료에는 북한이나 이란,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NSA로서 걱정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결국 미공개 기밀을 놓고 사면 협상에 나설지는 스노든이 가진 기밀에 대한 평가에 달려있다고 CSM은 관측했다. 스노든의 미공개 기밀이 NSA가 그동안 수십억 달러를 들여 쌓아온 감시 네트워크를 허물어버릴 정도라면 미국 정부로서는 협상을 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