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커플 "동성부부 혼인신고 허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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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수술동의서에 서명도 못해…제도적 보장 절실"

(사진=황진환 기자)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48)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29) "법적인 부부가 되기 위한 혼인신고를 허용하라"며 1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적인 부부로서 제도적 권리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동성결혼 가족구성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라는 차원에서다.

김조 감독 커플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이날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김조광수 씨와 김승환 씨의 혼인신고 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조 감독 커플은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청계천 앞에서 시민 2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은 김조 감독 커플의 혼인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혼인은 양성간의 결합임을 전제로 한 헌법 제36조 1항'을 근거로 "등기우편으로 서류가 도착하는대로 불수리 통지서를 발신할 방침"이라고 못박은 것.

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도 공개적인 방식으로 많은 축하를 받으면서 진행했고, 이제 혼인신고를 통해 누구나 보장받듯이 국가로부터의 권리 보장을 받으려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성인이 자유 의사에 따라 결혼했는데 이를 국가가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헌법 등 현행법 어디에도 동성 결혼이 불법이라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김승환 씨도 "주변 사람들과 부모님도 이미 실질적으로 관계를 인정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법적으로까지 권리를 얻으려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사실 법적인 부부가 아니라서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가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최근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값이 올라 생애첫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법적으로 등록된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것.

또 배우자가 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할 위급한 상황에도 이들은 서로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동성결혼 부부는 이성결혼 부부와 같은 평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승환 씨는 "저희 행동이 다소 과장되거나 지나쳐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 소수자 가족 전체를 대변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성결혼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한 참여연대 이석태 변호사 등 9명의 변호인단도 '법률가 의견서'를 통해 "이들의 결혼이 정당하게 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법이 혼인을 '남녀'의 결합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는데다,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아냐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청 역시 헌법 정신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대문구청이 문제삼은 헌법 제36조 1항의 '양성 평등'은 양성이 결혼했을 때 두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지, 결혼의 전제 자체가 남성일지 여성일지를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석태 변호사는 "두 분의 혼인신고는 두 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인권이 현재 어디까지 보호되고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들이 혼인신고하는 것만 유독 사회적 관심을 받고 기자회견까지 해야하는 현실 자체가 안타깝다"면서 "우리 사회의 동성혼 수용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보장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보장을 받게 될 때 비로소 차별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활동가 곽이경 씨는 "한 조사 결과 한국이 최근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높아진 국가 중 하나로 꼽혔고, 성소수자들이 여는 퀴어 문화축제는 해마다 참가자가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조 감독 커플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대문구청에 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을 경우엔 불복 소송도 낼 방침이며, 재판 과정에 따라 헌법소원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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