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에 몸도 아픈데…' 성폭행 피해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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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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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방범 활동 허술·피해자 주거 지원 예산 부족

 

인천 남구의 한 주택가 원룸에 혼자 살던 김모(41·여)씨는 지난 9일 새벽 집 화장실에서 세수하다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 온 한 남성과 맞닥뜨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손에는 흉기를 든 낯선 남자였다. 창문 밖으로 엿가락처럼 휜 알루미늄 방범창이 보였다.

소리를 지를 틈도 없었다. 옷걸이에 걸어둔 티셔츠로 눈이 가려졌고 스타킹으로 손도 묶였다. 그리고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혈혈단신이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3살 때 돌아가셨다. 이후 어머니는 김씨를 전라도로 입양 보냈다. 김씨는 24살 되던 해 양부모 집에서 가출해 서울 생활을 시작했고, 타지 생활 1년 만에 만성 신장질환을 얻었다. 신장에 연결된 소변 관이 남들보다 짧아 소변이 역류하는 병이다.

6년 전부터는 병세가 악화하면서 매달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부업으로 수제 비누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가끔 팔지만 고작 몇만원 더 손에 쥘 뿐이다.

김씨는 사건이 일어난 2층 원룸에 6년 전 여름 보증금 없이 월세 37만원을 내고 들어왔다. 3년 전부터 도둑이 들기 시작해 경찰에 신고한 것만 예닐곱 번이다. 집으로 들어오려던 도둑을 남자친구와 함께 붙잡아 경찰서에 넘긴 적도 있다.

김씨가 살던 원룸 주변은 초등학교가 있는 빌라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한 대 없는 방범 사각지대다. 관할 지구대에 CCTV를 설치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지난 7월 김씨의 원룸에 도둑이 들었을 당시 경찰이 창문에 달아준 경보기도 무용지물이었다. 외부에서 열면 소리만 날 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시스템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28일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범죄였다"며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 경찰서에 신고했더니 'CCTV가 없어 범인을 못 잡고 있다. 도둑이 계속 집에 들어오면 그전에 이사를 가지 그랬냐'고 말하는데 어이가 없더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성폭행을 당한 이후 20일 가까이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끔찍한 기억의 공간인 원룸에서 다시 잠 잘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천지방경찰청과 인천지검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경찰이 추천해 준 피해여성 쉼터는 거주 기간이 짧을 뿐 아니라 규정상 살던 원룸의 짐을 옮길 수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같은 강력 범죄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아직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인천지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아 주거지원 제도도 알아봤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보증금 500만원 가량을 내야 하고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주 인천에 새로 문을 연 강력 범죄 피해자 임시 거주시설로 법무부가 위탁 운영하는 '스마일 센터'는 야간 경비인력을 구하지 못해 범죄 피해자를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인천지검 범죄피해자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범죄피해자 지원 예산이 부족해 풍족하게 지원해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거주지를 옮기길 원하면 이사비 등을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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