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한국을 공식 방문했으나 짧은 체류기간과 잇단 시간 연기 등으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벽 3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청와대는 푸틴 대통령 방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12일 밤에 한국에 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러시아 측으로부터 13일 새벽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한국 입국 시간이 늦어진 것은 이전 방문국인 베트남에서의 일정이 순연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국빈방문이었지만 한국 방문처럼 하루 짜리 초단기 방문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에 들어와 시내 한 호텔에서 여독을 푼 뒤 청와대로 오지 않고 자체 일정을 소화했다.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고, 롯데호텔 앞에서 열린 푸쉬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자체 일정이 순연되면서 오후 1시 청와대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시작될 예정이던 청와대 행사도 30분 늦게 시작됐다.

특히 한·러 정상회담이 예정됐던 1시간 30분을 훨씬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되면서 15시 15분부터 시작되려던 오찬도 오후 4시 30분이 넘어서야 열려 오찬이라고 할 수 없는 오찬이 돼 버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화 정계, 경제계, 언론계 인사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공식 오찬을 오후 3시 이후로 잡은 이유에 대해 청와대에 오자마자 밥부터 먹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오찬 참석자들은 비록 거물급 세계 지도자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 때문에 오찬 아닌 오찬을 해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 시절이던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오후 5시에 정부 영빈관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50분이나 늦게 나타나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러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이 때도 박 대통령을 5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